보일러 업체들이 냉방기, 생활 가전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보일러 내수 시장이 제살깎기 경쟁으로 수익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데다, 해외 진출도 쉽지 않아 유관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 24일 업계에 따르면 경동나비엔ㆍ대성쎌틱ㆍ린나이코리아 등 보일러 업체들이 에어컨ㆍ환기시스템ㆍ생활가전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 하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2000년대 초반 보일러 온도조절기를 통해 조명ㆍ도어락ㆍ가스밸브 등을 조정하는 홈네트워크시스템 사업에 뛰어든 데 이어 지난해에는 에어컨과 환기시스템 사업에 진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시작한 에어컨의 경우 미국 제품 판매 대행만 하다가 올해부터 ‘나비엔에어컨’이란 브랜드를 직접 생산, 판매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로 설비업자를 통해 아파트ㆍ모텔 등에 대량 납품할 수 있는 품목을 늘렸다”며 “에어컨ㆍ환기시스템 등에서도 대기업이 이미 대부분의 시장을 장악해 기존 업체와 나머지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내수시장에서 열효율이 높고 가스비도 절약할 수 있는 콘덴싱보일러보다는 가격이 저렴한 일반보일러가 주종을 이루면서 업체들의 단가 인하 경쟁이 심해졌다”며 “그 결과 기술력은 뒷전으로 밀려 해외에서 국내제품의 경쟁력이 쳐지고 있다”고 최근 보일러 업계의 신규 사업 진출 배경을 설명했다. 후발업체인 대성쎌틱도 올들어 온수기ㆍ비데ㆍ환기시스템 분야에 진출했다. 특히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환기시스템. 대성쎌틱측은 “관련 법개정으로 신축아파트에 환기시스템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는데 착안해 사업을 시작했다”며 “하지만 경쟁업체가 여러 곳이어서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밖에 지난 2003년 에어컨업체인 센추리를 인수한 귀뚜라미보일러는 냉방사업 강화를 위해 지난해 범양냉방공업도 사들였고, 린나이코리아는 일찌감치 2000년초반부터 공기청정기ㆍ음식물처리기ㆍ웰빙가전 등에 잇따라 뛰어들어 보일러 매출 비중을 전체의 30%수준으로 낮췄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아직 가정용 보일러 수요가 연간 20만대에 불과하고, 보일러의 본고장인 유럽에는 기술력이 뛰어난 경동나비엔 등 일부 업체만 수출할 만큼 해외 시장 진입이 만만치 않아 사업 다각화는 필수”라며 “일반 소비 시장보다는 건설업체들을 상대로 한 영업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