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경제 시대를 맞아 ‘한글 산업’이 부상하고 있다. 인터넷 등 정보기술(IT)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의사소통 수단인 한글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 모델이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이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힘겨루기가 펼쳐지고 있다. 한글은 문장 구성 방식이 과학적이기 때문에 인터넷, 휴대폰 등에서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외국과는 달리 한국에서 휴대폰 단문문자메시지 서비스(SMS)가 큰 인기를 끄는 것도 문자 입력방식이 아주 편리하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이동통신업계의 경우 지난해 SMS를 통해 무려 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최근에는 한글 글꼴 사업도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개성을 중시하는 20~30대 디지털 세대는 한글 글꼴도 보다 색다른 것을 찾기 때문에 글꼴마저 신종 산업으로 부상한 셈이다. 미니 홈피, 블로그 수요가 늘어나면서 인터넷 한글 글꼴(웹 폰트) 시장 규모는 올해 1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한글의 경제적 가치가 높아지자 각종 사업모델을 둘러싼 갈등이 수시로 법적 분쟁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인터넷 주소창에 한글을 입력하면 곧바로 해당 사이트로 이동하는 서비스를 놓고 KT와 넷피아는 법정분쟁을 벌이고 있다. 양 사는 지난 6년간 공동으로 사업을 벌여왔으나 KT는 지난 9월 “넷피아가 한글을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계약중지를 선언했다. 반면 넷피아는 “KT가 포털 자회사인 KTH의 영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부당한 결정을 내렸다”며 법원에 계약종료통지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이 이달 4일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당분간 서비스는 지속될 수 있게 됐다. 휴대폰 한글 문자입력방식을 둘러싸고 기업과 개인간의 법적 분쟁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와 개인발명가 조관현(37)씨는 삼성전자의 휴대폰에 장착된 ‘천지인’ 방식의 한글입력 시스템에 대한 특허권을 놓고 지난 2002년부터 5년째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성기지 한글학회 연구원은 “휴대폰 등 한국의 IT산업이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던 데는 우수한 한글 문자입력방식도 큰 몫을 했다”면서 “한글 산업이 앞으로도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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