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게이트] 임채진 총장 '박연차 수사' 끝나면 물러날듯

임채진 검찰총장은 지난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급작스레 서거했다는 비보를 접한 뒤 사직서를 김경한 법무장관에게 제출했으나 김 장관이 반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검찰에 따르면 임 총장은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인간적인 고뇌 때문에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김 장관이 “박연차 게이트 마무리가 먼저”라며 되돌려보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후폭풍을 맞고 있는 검찰은 임 총장 사직서 제출 소식이 알려지면서 더욱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팀도 모든 수사를 중단한 채 여론의 추이를 주시했다. 일부에서는 권력형 비리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노 전 대통령 조사 때도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에 최선을 다한 만큼 총장이 책임지고 물러날 이유는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임 총장이 개인적으로 사직서를 냈지만 여론의 압박 때문에 물러나는 모양새는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임 총장이 최종 거취를 결정하기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임 총장이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수사과정에 대한 책임이나 도의적 책임차원에서 사직서를 낸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주위에 분명히 밝힌 것도 이 같은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임 총장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대검 중수부의 수사결과를 이달 초 보고 받고도 신병처리를 늦춰 결과적으로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는 점에서 책임론을 비켜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또 노 전 대통령과 가족에 대한 혐의사실이 거의 생중계되다시피 언론에 유출되는 등 수사보안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지휘잘못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취임 이후 ‘절제와 품격 있는 수사’을 강조했던 임 총장이 노 전 대통령 수사에서는 가족은 물론 주변 친인척들까지 치약 짜듯 수사를 진행하는 등 전직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를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한편 임 총장은 오전11시20분께 문성우 대검 차장, 한명관 기조부장 등과 함께 서울역사박물관에 마련된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말없이 조용히 찾았다. 임 총장은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한명숙 전 총리와 간단히 악수를 했으며 노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서 묵념을 한 뒤 비통한 표정으로 황급히 분향소를 떠났다. 거취 문제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아무 답변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