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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화학이야기] <8> 신약개발의 쌍두마차, 화학과 생물학

화학자는 항바이러스등 물질 개발<br>약효검증·특성분석은 생물학자 몫


화학과 생물학은 다른 학문이다. 하지만 신약개발에 있어 둘은 아주 가까운 친구가 된다. 예를 들어 신약개발 과정에서 얻은 후보물질은 세포단위에서의 약효를 검증 받게 되는데 이는 생물학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그리고 박테리아 감염을 치료하는 항생제나 바이러스 감염을 치료하는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의 특성에 대해 알아야 한다. 이것 역시 신약개발에 생물학이 필요한 이유다. 최근 과학의 발달로 다양한 종류의 약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은 항생제와 항바이러스제다. 항생제는 박테리아를 제거하기 위해 개발된 것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에게는 무용지물이다. 반대로 항바이러스제는 박테리아 감염 치료에 효과가 없다. 이처럼 항생제와 항바이러스제가 달리 사용되는 것은 제거 대상이 되는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자체가 서로 다른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박테리아는 가장 대표적인 미생물로 크기가 0.5㎛(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1m)에서 0.5㎜까지다. 버섯류의 균주, 대장균, 곰팡이류는 물론 초등학교 과학시간에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짚신벌레나 아메바도 박테리아의 범주에 들어간다. 박테리아는 하나의 세포로서 세포막이 있으며 영양분이 공급되는 환경이면 독자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바이러스는 박테리아보다 훨씬 작은 20~300㎚(나노미터, 10억분의1m) 정도며 독립된 세포단위가 아니라 DNA 또는 RNA로 구성된 핵산과 이를 감싸고 있는 소량의 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바이러스는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고 다른 세포를 감염시킴으로써 생존하는 생명체다. 일반적으로 항생제는 항바이러스제보다 개발이 쉽다. 항생제 후보물질을 개발한 후 생물학자에게 보내 세포단위의 약효검증을 하는 것이 쉽기 때문이다. 박테리아는 그람 염색법을 기준으로 양성인지, 음성인지 구분된다. 1884년 덴마크 의사인 한스 그람이 개발한 이 염색법은 세포의 박테리아 감염 여부를 판별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지만 항생제 개발에도 활용된다. 즉 그람 염색을 통해 자주색으로 염색되는 양성균의 대표적인 박테리아에 효능이 있는 물질은 대체로 양성균 대부분에 대해 약효가 나타난다. 이 때문에 모든 박테리아에 대해 일일이 약효를 검증하지 않아도 양성균이나 음성균의 대표적인 박테리아에 대한 검증만으로도 약효검증이 가능하다. 하지만 바이러스의 경우 이 같은 방식의 구분이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대한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했다고 해서 이 약이 에이즈(AIDS)를 유발하는 HIV 바이러스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효능이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물론 바이러스의 종류에 따라 유사성이 있는 경우 하나의 항바이러스제만으로도 약효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대체로 각각의 바이러스에 대한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해야 하고 바이러스마다 개별적으로 약효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화학과 생물학이 신약개발 과정에서 가까운 친구가 되듯이 한국화학연구원 약리활성연구센터의 이종교 박사는 신약개발에 참여하는 생물학자다. 이 박사는 "국내에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 연구자는 비교적 많지만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학자는 많지 않다"면서 "특히 박테리아가 아닌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약효를 검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한다. 항생제의 경우 제거 대상이 되는 박테리아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것이 가능하고 항생제가 이들을 제거하는 것까지 관찰할 수 있다. 반면 바이러스의 경우 건강한 세포를 감염시켜 생존하고, 감염된 세포가 죽어버리는 상황이 되기 전에 다른 세포를 감염시켜 생존한다. 만약 항바이러스제 후보물질을 개발해 세포단위의 약효를 검증할 때 항바이러스제가 가진 독성으로 세포를 거의 사망상태에 이르게 하면 바이러스는 활동을 중단하거나 죽어버리는 상황도 만들어진다. 이 경우는 항바이러스제가 바이러스를 제거한 것이 아니라 건강한 세포를 제거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바이러스를 제거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연구 초기에 이 같은 오류를 범하기도 했던 이 박사는 "경험이 많지 않은 연구자가 바이러스를 이용한 약효검증에서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바로 이런 것"이라면서 "표면적으로는 약효가 우수한 물질을 찾아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건강한 세포를 죽이는 독약을 찾아낸 것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뛰어난 화학자라고 하더라도 생물학자의 손을 빌려야 하고 그 중에서도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생물학자에게 투자해야 세계시장에 내놓을 만한 신약개발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자료제공=한국화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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