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학래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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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공사는 인사청탁 사전 차단 프로그램을 도입, 무차별한 인사청탁을 봉쇄하고 있다. 한국 도로공사 본사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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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방법은 최대한 동원한다’ ‘못하게 하지만 안 할 수 없다’ ‘어떻게 든 되고 나면 그만이다’. 인사와 관련해 공기업 직원들 사이에 알게 모르게 만연했던 생각들이다.
한국도로공사(사장 손학래ㆍ사진)는 무차별한 인사청탁에다 도덕 불감증까지 가세한 그릇된 인식과 관행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인사청탁을 사전에 차단해 투명하고도 공정한 인사를 시행하겠다는 전 임직원의 의지가 체계적인 평가방식으로 구현된 것이다.
도로공사 인사시스템에 플러그인된 인사청탁 사전 차단 프로그램인 ‘360도 다면평가’ 방식과 ‘PR방’ 운영이 핵심이다. 공사는 직원 설문조사와 모니터링을 통해 마련한 이 같은 프로그램으로 승진 사전운동 및 인사청탁 분위기를 일소했다.
다면평가는 평가대상자의 소속 부서원과 동료들이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상사의 평정표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이는 승진심사의 자료로 활용되는 것은 물론 능력개발, 리더십 역량 강화, 교육대상자 선발 등의 참고자료로 쓰인다.
상사의 승진 심사에는 부하직원이 참여한다. 부처장 승진 심사 때 10명의 심사위원 가운데 2명은 부하직원으로 구성하도록 한 것이다. 부하직원으로부터 받은 평가점수가 하위 10%에 해당할 경우 승진대상자는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또 상사로부터 받는 근무평정의 경우 승진심사에 10% 가량 반영된다. 근무평정은 일부 공기업에서는 참고자료로만 활용하고 있지만 도로공사는 이를 심사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상사와 부하직원간의 수직적 평가는 물론 동료들의 수평적 평가까지 승진심사에 반영하는 만큼 인사청탁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공사측의 설명이다.
도로공사는 또 사내 인트라넷에 승진심사 대상자의 자기소개 코너인 ‘PR방’을 마련해 공정한 인사를 기하고 있다. 대상자가 직접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알리고 이를 심사에 참고하도록 한 방식이다. 참가율이 90%를 웃돌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사전 승진운동을 줄이는 데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도로공사의 이 같은 공정인사 시스템은 신입사원 채용에도 적용되고 있다. 수험생들이 면접 직전에 직접 뽑은 번호표 만을 부착한 채 면접에 참석하고, 면접관도 수험생이 선택한 질문을 통해 평가하는, 이른바 ‘블라인드 면접’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면접방식을 통해 선발된 지방대 출신 신입사원은 전체 129명 중 절반 가량인 58명을 차지해 했다. 지방대 출신 비율은 지난해에도 52%를 차지했다. 이는 정부가 권고하고 있는 지방대 비율 20~30%의 2배 수준이다. 올해 여성 신입사원 비율도 지난해 21.2%에 이어 20%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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