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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문형표 후보자의 영혼

정부안만 관철하려다간 '영혼없는 공무원' 딱지<br>전문가 면모 발휘해 국민·기초 쌍코피 막고 여야 대타협 이끌길


"정부는 기초연금이라는 선물과 함께 국민들에게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의 필요성을 설득시켰어야 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5일 기초연금 도입계획을 발표하며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데 대해 문형표 장관 후보자가 본지 기자에게 내뱉은 쓴소리다. 30여년간 연금ㆍ재정을 연구해온 전문가로서의 소견과 진심이 담겨 있다. 대선공약에 밀려 덜컥 재정만 축내고 국민연금 보험료율도 올리지 못해 재정에 쌍코피가 터지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는 취지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 그를 장관 후보자로 낙점했다. 문 후보자는 박 대통령의 스탠스와 디테일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의 연금 철학은 '지속가능성 있는 노후소득보장체계 구축'으로 요약된다. 방점은 재정건전성, 세대 간 및 국민연금 수령자ㆍ미수령자 간 형평성에 찍혀 있다.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를 오는 2020년 66세를 시작으로 2040년 70세까지 늦추자거나 현재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3%대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엔 이 같은 철학이 깔려 있다.

세금으로 주는 기초연금 수령연령을 늦추자는 주장에는 국민연금에 오랜 기간 보험료를 내며 소득재분배와 세대 간 부양에 기여한 가입자에 대한 배려의 의미를 담고 있다. 국민연금과의 연계로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이 깎여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가입을 유도하기 위한 손짓이기도 하다. 수급연령을 2020년부터 5년에 1세씩 늦추면 2020년 1조원, 2030년 7조5,000억원, 2040년 20조원의 세금을 아낄 수 있다고 하니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연금전문가인 그의 머릿속에선 이처럼 정부가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이런 아이디어와 야당을 향한 타협안이 약효를 발휘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우선 '외고집'으로 통하는 박 대통령이 그의 생각을 용인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지금으로선 진영 전 복지부 장관의 중도하차로 인한 리더십 손상을 감수하면서까지 국민연금 연계안을 꺾지 않은 박 대통령의 '변심'을 기대하기 힘들다. 하지만 여당이 독주할 수 없는 국회법을 감안하면 야당과의 타협에 실패할 경우 청와대와 여당의 책임으로 귀결되는 만큼 박 대통령도 타협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문 후보자와 복지부 관리 등의 머릿속에서 재정도 절감하고 야당도 받을 만한 타협안이 샘솟도록 운신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 그래야 새 장관도 정치력과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

민주당도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박 대통령에게 대선공약을 지키라며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지급하라거나 70~80% 노인에게 20만원씩 지급하라는 자체안을 수용하라고 주장만 해선 곤란하다. 재정부담이 워낙 커 지속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자기 주장만 내세우며 내년 지방선거까지 정치공방을 이어간다면 수권정당이 되기를 포기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와 문 후보자, 여야는 '그대로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혁과 기초노령연금 도입이라는 대타협을 달성한 2007년의 정신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칼자루를 쥔 박 대통령의 선택이 중요하지만 문 후보자도 스스로 운신의 폭을 넓혀갈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후보자로 지명된 소감으로 '피투성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야당과의 일전이 불가피하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은 일견 수긍이 가지만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연금 연계안에 대한 반발을 무마하느라 너무 후해진, 그래서 너무 많은 재정이 드는 정부의 기초연금안을 입법화하는 데 얽매인다면 연금ㆍ재정 전문가로서의 면모는 사라지고 '영혼 없는 장관 공무원'이란 비판을 듣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여야 모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타협 정신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다음은 노무현 정부에서 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씨가 자신이 아이디어를 낸 '효도연금'이 '기초노령연금'으로 바뀐 이유를 설명하면서 들려준 한 토막.

"야당(한나라당) 협조를 받으려면 그쪽에서 기초연금을 주장하니 이름에 '기초'를 넣어주고 야당 심기관리도 좀 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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