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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권모(33)씨는 지난 16일 증시가 폭락하자 2년 넘게 보유해온 A사 주식을 모두 팔았다. 한 때 주가가 매입액의 3배가 넘게 올랐지만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팔지 않고 버텼다가 주가가 계속 하락, 원금 손실이 우려되자 울며 겨자먹기로 팔은 것이다. 권씨는 이날 아쉬움을 소주로 달랬지만 그 뒤로 먹은 게 체한 듯 가슴이 답답하고 일손이 잘 잡히지 않는다. 최성현(40ㆍ가명)씨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가입한 중국펀드가 최근 반토막이 났다. 이 일로 아내와 싸우는 일이 잦아졌고 매사에 짜증이 앞선다. 경제 관련 뉴스만 봐도 가슴이 뛰고 안절부절 못한다. 급기야 불면증까지 찾아와 최근 병원을 찾았다. ◇투자 실패 스트레스 각종 질병 유발= 최근 계속되는 금융시장 불안으로 주식ㆍ펀드에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투자 실패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이어져 소화불량ㆍ우울증ㆍ불면증 등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 실제로 최근 병원마다 재테크 실패로 인한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고영훈 고려대안산병원 정신과 교수는 “최근 경제침체와 주식ㆍ펀드 수익률 하락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으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호소하거나 가정불화로 병원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경제상황 악화로 인한 고통은 여성보다 남성들에게 더 많이 나타나지만 적극적인 표현을 못해 심적 부담은 더욱 큰 상태”라고 말했다. 김종우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화병ㆍ스트레스클리닉 교수는 “주식의 경우 습관적ㆍ반복적으로 자신의 실적을 보게 되므로 경쟁심이 생기고 도박과 같은 중독현상을 경험한다”며 “이로 인한 스트레스는 신경계의 과민반응을 유도해 혈압을 올리고 심장박동ㆍ호흡을 빠르게 하며 소화불량ㆍ심장질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투자 실패로 심신이 위축된 우리 몸은 사소한 자극에도 견디지 못하고 두통ㆍ불면증ㆍ불안ㆍ우울ㆍ소화장애 등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게 된다. 주식 등 투자 실패로 인한 정신적 충격은 38(배우자 사망시 100 기준) 정도에 해당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친한 친구의 죽음이나 업무 변경으로 받는 스트레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명상ㆍ호흡법 주식 스트레스 극복에 도움= 주식 스트레스에 대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우선 땀을 흠뻑 흘리는 운동이나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할 수 있는 명상ㆍ호흡법 등 주식 외에 몰두할 수 있는 다른 취미를 가질 것을 권한다. 다른 취미가 없다면 주식에 중독될 가능성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주가의 과도한 하락 및 상승으로 가슴이 두근거릴 때 숨을 약간 짧게 들이마시고 길게 내쉬면 신경계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당뇨ㆍ고혈압 환자들의 경우 투자상황이 악화될 때는 평소보다 자주 혈압ㆍ혈당을 체크해 보는 것이 좋다. 김종우 교수는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때 자신의 심장박동수와 호흡 변화를 주의 깊게 살피고 가슴의 압박감이나 통증이 심하게 느껴지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영훈 교수는 “투자 실패가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흔한 문제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운동ㆍ게임ㆍ친목모임 등을 통해 주식에 대한 과도한 관심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식ㆍ펀드 스트레스 극복 10계명> 1. 투자는 반드시 여유자금으로 하라. 2. 주식 외에 몰두할 수 있는 취미를 가져라.(땀 흘리는 운동 및 명상·호흡 추천) 3. 가슴이 두근거릴 때는 내뱉는 호흡을 길게 하라. 4. 수시로 사고 파는 데이트레이더라도 최소 1시간마다 컴퓨터를 멀리하고 휴식을 취하라. 5. 주식시장이 휴장하는 주말에는 야외활동을 즐겨라. 6. 남도 나처럼 투자실패 경험이 많다는 것을 인지하라. 7. 만성질환자의 경우 평소보다 자주 혈압·혈당을 체크하라. 8. 극심한 가슴통증 및 압박감이 느껴지면 병원을 찾아라. 9. 상대방의 관점에서 얘기를 잘 들어주는 대화상대를 찾아라. 10. 과도한 이익창출도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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