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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도의 굴욕, 과거 일만은 아니다"

남한산성<br>김훈 지음 / 학고재 펴냄



"작가로서 역사에 대한 부채의식이 있다." 작가 김훈(59)이 '칼의 노래', '현의 노래'에 이어 3년 만에 장편역사소설 '남한산성'을 들고 독자를 찾아온 이유다. 그는 "당대의 얘기를 소설로 쓴 조정래, 황석영 같은 문인을 존경한다"며 "당분간 역사 장편은 쓸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화려한 문체와 탄탄한 구성의 김훈식 역사 소설이 한동안 나오지 않는다는 의미다. 독자들은 이번 소설로 아쉬움을 달래야 할 듯 하다. 소설은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의 공격을 피해 남한산성으로 피난 갔던 인조와 신하들, 그리고 그 속에서 고통을 겪었던 백성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1636년 청의 장군 용골대가 이끄는 대규모 병력이 한양으로 쳐들어오자 인조는 삼전도(三田渡)에서 그토록 경멸했던 오랑캐 청나라 왕에게 세 번 절하고 아홉번 고개를 숙이는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의 예를 갖추고 항복한다. 이른바 '삼전도 굴욕'이다. 청의 공격을 피해 남한산성에 머물지만 인조와 신하들의 반목과 갈등은 계속된다. "싸우고 지기키 않으면 화친할 길은 마침내 없다"며 척화론을 주장한 예조판서 김상헌과 "죽음은 견딜 수 없고 치욕은 견딜 수 있는 것"이라며 주화론을 내세운 이조판서 최명길. 두 대신의 반목에서 인조는 결정을 미루기만 한다. 시간이 갈수록 고통을 겪는 건 민초다. 작가는 당시 남한산성의 상황을 이렇게 묘사한다. '군병들의 깔개를 빼앗아 주린 말을 먹이고, 굶어 죽은 말을 삶아서 군병을 먹이고, 깔개를 빼앗긴 군병들이 성첩(城堞)에서 얼어 죽는 순환의 고리…(93 페이지)' 민초들이 47일간 남한산성에서 고통스럽게 버틴 것처럼 작가도 7개월 동안 힘겹게 창작에 매진했다. 자전거로 남한산성을 자주 올랐던 작가에게 떠오른 것은 조국의 치욕. 그는 이렇게 말한다. "옛터가 먼 병자년의 겨울을 흔들어 깨워, 절망과 희망이 한 덩어리로 엉켜있었고, 치욕과 자존은 다르지 않다". 저자의 말은 남한산성의 굴욕은 370년 전의 일 만은 아니라는 의미다. 약소국인 우리나라가 약육강식의 정세에서 언제든 '삼전도 굴욕'을 다시 겪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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