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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해이로 붕괴된 나스닥

[월가 리포트]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나스닥 지수가 곤두박질치자, 뉴욕 월가에서는 누가 잘나가던 시장에 흙탕물을 튀겼는가 하는 시비로 시끄럽다. 100만 달러 이상의 미실현 가치에 흡족해 하던 투자자가 증권 브로커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가 하면, 창업주가 합병설을 뛰운 후 지분을 매각한 사실을 놓고 감독당국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한때 5,300까지 갔던 나스닥 지수는 1년 사이에 최고점에서 무려 60% 이상 하락했고, 나스닥에 거래되고 있는 전체 주식의 시가총액은 한해 동안 무려 3~4조 달러 폭락했다. 그러면 누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였으며, 그나마 낳았던 알은 누가 챙겼는가. 일단 나스닥 시장에서 돈을 번 사람 또는 기관으로 IT 업체의 내부자(Insider)들과 이들 업체의 상장을 도와주었던 월가 브로커회사를 꼽을 수 있다. 요즘 밝혀지고 있는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기업경영분석 기관인 톰슨 파이낸셜에 따르면 나스닥 상장 기업 가운데 대주주가 지분을 매각, 1억 달러 이상을 번 거부가 50명 정도 된다. 이들 대부분은 나스닥지수가 피크였을때인 99년 10월에서 2000년 사이에 보유주식을 내다 팔았다. 인터넷 컨설팅업체 사이언트의 최고 경영자(CEO)였던 36살의 에릭 그린버그는 주가가 최고치에 달했을 때 주식을 매각, 2억 달러 이상의 현금을 챙겼다. 그후 이회사의 주가가 폭락, 지난 3월 시가총액이 1억 달러를 갓 넘었다. IT 업체 창업자 모두가 떼돈을 번 것은 아니지만 나스닥 상장업체의 내부자 대부분은 주가가 좋을 때 지분을 매각, 많은 돈을 번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들은 시가 이하로 주식을 확보, 소액투자자들에게 거액으로 팔아 목돈을 챙기면서도 '자본주의란 원래 그런게 아니냐'며 죄의식은 커녕, 자신의 성공을 당연시하고 있다. 이 와중에 월가 브로커 회사들도 많은 돈을 벌었다. 그들은 일단 상장 수수료를 받고 나면 주가가 폭락하건 말건 상관하지 않는다. 98년 이후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플릿보스턴 파이낸셜이 5억 달러 이상을, 베어스턴스, 도이체방크가 각각 4억 달러이상을, 골드만 삭스가 3억 달러 이상을 벌었다. 애널리스트들도 인터넷이야말로 21세기의 주력 산업이라며 소액투자자들을 끌어 모으는데 일조했고, 인기는 있는 애널리스트의 연봉이 1,000만 달러를 넘기도 했다. 모두들 자본주의 시스템을 활용해 막대한 돈을 벌었지만, 결국 거품을 팽창시키고, 이를 꺼트리는데 일조한 셈이다. 일종의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도덕적 해이는 월가 사람들과 젊은 벤처사업가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나스닥 지수가 달아오는 것을 경고만 했지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FRB가 방관하는 사이에 풍부한 유동성이 기술주로 몰렸고, 돈 한푼 없이도 떼돈을 버는 미국판 졸부를 형성시켰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돌이켜 보건데 도덕적 해이가 있는 곳에 반드시 경제의 거품이 발생하고, 그 거품이 꺼지는 과정에 불황이 닥쳐왔다. 현재의 미국 경제 둔화가 도덕적 해이에서 연유한 것임을 아직 미국 사람들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같다. 뉴욕=김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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