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신청 등으로 국제금융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자 은행권은 사모 발행과 함께 아랍권 등 해외 채권시장 다변화 전략 등을 통해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권은 속속 만기가 돌아오는 해외 채권 차환 발행을 위해 글로벌 신용 경색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해외 연기금 등을 직접 접촉해 자금을 차입하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이 경색되면서 공모을 통한 자금조달이 사실상 중단되자 개별적으로 사모시장에서 돈 줄을 쫓아 자금을 확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박동영 자금부장은 "최근 해외 연기금과 개별 접촉해 사모 방식으로 7,500만달러를 조달했다"며 "당분간 해외 공모 발행이 불가능한 만큼 이 같은 사모 방식에 의존하는 한편 아랍ㆍ동남아 등 틈새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은 또 은행간 론, 단기 기업어음(CP) 등을 최대한 활용해 만기가 돌아온 채권을 차환 발행해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단기채권시장의 발행 여건도 갈수록 악화하고있다. 국내 외화자금 시장에서 리먼브라더스 파산 보호 신청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루짜리를 제외한 그 이상의 자금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이 같은 불안심리를 반영하듯 장 초반 5%대 초반이었던 오버나잇 금리(overnight·금융회사간 하루짜리 대출금리)는 장중 7%대까지 급등했다. 국내 은행권은 올들어 단 한 건의 달러 표시 중장기(1년 이상) 해외채권을 발행하지 못했다. 지난 3월 베어스턴스 투자은행 몰락 등으로 국제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해외시장의 달러가 자취를 감췄고, 설사 발행되더라도 가산금리가 200~300bp(1bp=0.01%)까지 치솟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은행권은 하반기 들어 국제금융시장이 호전될 것으로 보고 중장기 해외채권을 발행해 만기 도래 해외채권 상환 등 외화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었으나 정부의 외평채 발행 무기 연기에다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신청 등으로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중장기 해외 채권 만기 물량은 평소 월 평균 수억 달러 내외 수준이었으나 9월에는 중장기 채권 만기액 24억달러를 포함해 190억달러의 채권 만기가 돌아와 중장기 채권 발행은 시급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은행권의 외화유동성 비율은 현재 103%에 달해 위험한 수준은 아니다"며 "하지만 중장기 만기 채권을 계속해서 단기물로 대체할 경우 외화자산의 심각한 불균형이 생기며 유동성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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