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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2월 2일] 수표교를 다시 청계천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청계천 본류의 물길을 되살린 지 4년여. 오세훈 서울시장이 청계천의 시원이면서 경복궁을 감싸고 흐르던 두 지류 백운동천과 중학천의 복원계획을 발표해 청계천은 정도(定都) 600년 서울의 역사문화 공간으로서의 완성도를 더욱 높이게 됐다. 이로써 '토지'의 작가 고(故) 박경리 선생을 정신적 지주로 청계천살리기 운동을 외롭게 펼치던 청계천살리기 연구회 소속 30여명의 선각자들의 몽상 같던 염원이 하나둘 결실을 보고 있다. 조선시대 수재 대비했던 다리 조선시대에 개천(開川)이라 불리던 청계천은 서울 도심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일개 자연적 소하천에 불과했으나 조선왕조가 한양을 수도로 정하면서 역사의 전면에 등장했다. 조선 초기, 수재예방과 왕도로서의 수성을 위해 태종이 두달여에 걸쳐 대대적으로 개천 본류를 개척했고 세종이 장기간 지류를 개척함으로써 청계천은 자연하천인 동시에 도시 배수시설로서 인공하천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러한 청계천은 한양의 도시계획에서 하나의 제약조건으로 작용해 청계천을 따라 동서로 대로가 형성됐고 청계천을 가로질러 남북으로는 중ㆍ소로가 형성됐다. 개천 북쪽으로는 궁궐과 권문세가가 터를 잡고 남쪽으로는 천문ㆍ의료ㆍ화공 등 전문기술 관료인 중인집단과 시전을 중심으로 상인집단이 자리 잡았다. 그러한 문화적 전통은 오늘날 청계천변에 자리 잡은 수많은 상인집단으로까지 이어졌고 광교ㆍ수표교 등 다리를 중심으로 각종 서민문화가 꽃피우게 됐다. 그 후 청계천은 300여년 동안 방치돼 비만 오면 수재로 백성이 고초를 겪는 일이 되풀이돼 영조 때 다시 대대적인 준천을 감행하고 석축을 쌓아 지금 청계천의 복원 모델로 등장하게 됐다. 영조는 개천 바닥을 준천하는 것이 위민(爲民)인지 자칫 공역으로 백성에게 고초를 주는 노민(勞民)인지를 10여년 동안 고민한 끝에 한성부민과 장정 20만여명을 동원, 두달여 만에 대역사를 완수하게 된다. 조선시대 청계천에는 본류ㆍ지류를 포함, 약 200여개의 다리가 놓여 있어 서울 도심이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수변공간이었다고 한다. 지난 청계천 복원 공사시에는 청계천 본류의 대표 다리 중 하나이던 광통교가 교통 문제 등으로 약간의 위치 변동이 있었지만 다행히 복원돼 서울을 찾는 외국인은 물론, 많은 서울시민에게 조선왕조 초기의 왕위계승을 둘러싼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전해주고 있다. 수년 전 필자가 '세계문명과 평화포럼'에 참석한 수십명의 외국 석학을 안내하며 복원된 청계천을 두시간 동안 같이 걸었는데 그들의 관심도 단연 청계천과 광통교에 얽힌 조선왕조의 역사에 집중돼 있었다. 역사문화 공간으로 복원 기대 그런데 또 하나의 대표적 다리 수표교는 아직도 청계천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쓸쓸히 장충동에서 남의집살이를 하고 있다. 수표교는 광통교와 더불어 청계천에 남아 있는 또 하나의 돌다리로 우리 민족의 영명한 지도자인 세종대왕의 위민정신이 그대로 녹아 있다. 당시 비만 오면 물이 넘쳐 주변 백성을 괴롭히던 어려움을 풀어주기 위해 청계천을 개척하고 다리를 놓아 개천에 빗물이 차 넘치는 정도를 백성들에게 미리 알려 수재에 대비했던 다리가 바로 수표교다. 이번에 서울시가 경복궁 양쪽으로 둘러 흐르는 청계천의 두 지류를 복원하기로 한 의지에 찬사를 보내며 동시에 이번 기회에 수표교도 제자리에 복원시켜 청계천이 서울을 대표하는 역사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해주기를 청계천살리기 운동에 참여했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곡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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