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은 대한제국이 일제에 주권을 빼앗긴 경술국치(1910년 8월29일) 100년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달력, 수첩 어느 곳에도 특별한 날로 표시돼 있지 않다. 생각하기도 싫은 치욕을 과거라고 해서 마냥 외면한다면 미래는 없다. 2011학년도 수능시험 응시생의 한국사 선택비율도 44.8%에 불과하다고 한다. 대부분 대학에서 한국사는 대입 선택과목이기 때문에 적지 않은 학생들이 중학교 때까지만 배운다. 그러다 보니 일부 학생들은 산 사람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한 일제 731부대를 독립군으로 잘못 알거나 3ㆍ1운동을 '삼쩜일운동'이라고 읽는 상황이다. 언제부터인가 역사는 역사 드라마에서나 배우는 과목으로 전락해버렸다. 그러는 사이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 유산을 중국풍의 유물로 개창하고 우리 정서가 담긴 아리랑을 자기 문화라고 우겨댄다. 일본은 광복절 잔칫날 연례행사처럼 독도망언을 내뱉는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역사교육을 등한시한 채 동북아 협력시대만 외쳐왔다. 일에는 순서가 있다. 이웃 강대국에 밀리지 않으려면 가장 먼저 우리의 정체성을 되찾아야 한다. 그 과정에 필요한 것이 건강한 역사의식과 올바른 역사교육이다. 내년 고교 입학생부터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배우고 공무원 시험 등에 한국사 반영을 확대한다니 다행이다. 하지만 역사교육의 문제점과 바람직한 개선 방향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우선 초중고교 교과내용을 차별화하고 암기형 교육에서 탈피해야 한다. 초등학생에게는 쉽고 재미있는 일화, 영웅 등의 이야기로 흥미를 유발하고 중ㆍ고등학생에게는 역사기행을 통한 현장체험, 토론수업 등을 통해 사고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 둘째,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배우지 않은 대학생들에게는 한국사 능력 시험 급수를 취득하도록 하고 인물학ㆍ독도학 등 심도 있는 학문 분야도 늘려야 한다. 셋째, 역사는 '대장금'ㆍ'선덕여왕'ㆍ'대조영' 같은 한류 드라마 등의 중요한 콘텐츠라는 점에서 역사교육을 좀 더 유연한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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