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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잃은 부동자금

대기성 자금이라 할 수 있는 부동자금이 무려 37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경제적으로 부동자금 성격을 정확하게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가계를 비롯한 경제주체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 및 은행의 보통예금 등 현금성 자금으로 보면 될 것이다. 경제 및 거래 규모가 커지면서 이 같은 현금성 자금 규모가 어느 정도 커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경제 규모 등에 비추어 현재 추산되고 있는 대기성 자금은 적정수준을 크게 웃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렇게 막대한 자금이 투자자금화 되지 않고 대기상태로 떠돌고 있다는 것은 경제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교란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부동자금의 규모가 이렇게 커진 것은 우선 마땅한 투자대상이 없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라 할 수 있다. 저금리 기조로 장기 저축에 대한 유인이 약한데다 증시마저 장기침체를 지속하다 보니 부동자금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지난해 이후 부동산투기 억제책으로 부동산투기 기회가 줄어든 것도 부동자금이 늘어난 이유라 할 수 있다. 문제는 부동자금 규모가 지나치게 커지면 부동산투기 재발 등 경제사회적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고수익 또는 한탕을 노리는 이 같은 투기자금이 있는 한 부동산투기를 뿌리 뽑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부가 아무리 부동산투기를 잡겠다고 엄포를 놓아도 개발연대이후 때가 되면 투기바람이 되풀이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부동자금이 부풀고 있는 것은 그만큼 한탕 또는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기 기회가 많거나 또는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합리적인 수익을 기대하는 정상적인 투자행위를 기대할 수 없다. 우리경제가 안고 있는 고질병인 투기심리를 뿌리뽑고 합리적인 투자관행과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그리고 자금의 효율적인 배분을 위해서 막대한 부동자금을 생산적인 부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부동산을 비롯한 각 부문의 투기 기회와 지하경제를 차단함으로써 투기자금의 생성 자체를 근절하고 투기를 통해 한탕 하려는 투기심리 자체를 뿌리뽑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다. 이와 병행해서 증시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다양한 금융상품의 개발을 통해 부동자금을 안정적이고 생산적인 부분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기회만 있으면 한 몫 잡으려는 투기자금과 부동자금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경제가 안정되고 선진화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환상이다. <한영일기자 hanu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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