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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로펌과 짝짓기 잇단 물밑 행보

■ 법률시장 2차개방 눈앞… 외국로펌 움직임은<br>국내법 관련 업무 공동처리 가능해져 중형 로펌과 제휴 움직임<br>변호사 빼가기 등 외형 확장엔 신중 자세

지난 8일 미국계 법무법인(로펌) 폴 헤이스팅스가 개최한‘2013 아시안 센추리 로펌’ 에서 참석자들이 패널 토론 내용을 듣고 있다. 오는 7월 법률시장 2차 개방을 앞두고 국내 로펌들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제공=폴 헤이스팅스

오는 7월이면 국내 법률시장이 개방된 지 2년이 된다. 지난 2011년 7월 1일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과 2012년 3월 15일 한-미 FTA가 차례로 발효되면서 우리나라 법률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영ㆍ미계 글로벌 법무법인(로펌)들은 이제 법률시장 2차 개방을 눈앞에 두고 국내 로펌과의 제휴에 나서는 등 국내 시장 공략을 위한 물밑 행보를 하고 있다.

20일 서울경제신문이 법률시장 2차 개방을 앞두고 국내에 진출한 외국 로펌들을 대상으로 국내 영업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들은 아직은 조심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외국 로펌이 국내법 관련 사무도 일부 처리할 수 있는 2차 개방을 맞아 적극적인 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아직은 국내에서 기초를 다지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5월 현재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영ㆍ미계 로펌은 모두 18곳. 이중 매출이 세계 10위권에 드는 로펌이 4군데나 된다. 지난달 법무부 사무소 설립인가를 받은 베이커 앤 맥킨지는 지난해 세계시장에서 23억1,300만달러(약 2조5,000억여원)를 벌어들여 매출 세계 1위를 기록한 굴지의 로펌이며 올 1월 한국 사무소를 연 디엘에이(DLA) 파이퍼는 지난해 매출 22억4,700만달러로 베이커 앤 맥킨지를 바짝 쫓고 있는 세계 2위 로펌이다. 둘 다 영국계 로펌이다. 세계 5, 6위에 나란히 올라 있는 클리포드 챈스(20억9,050만달러)와 링크레이터스(19억3,600만달러)도 국내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클리어리 가틀립, 케이 앤 엘 게이츠, 심슨대처 앤 바틀렛, 롭스 앤 그레이, 폴 헤이스팅스 등 미국계 로펌들도 한국 시장에 발을 들여 놓고 있다.

한-EU FTA 발효 2년이 되는 오는 7월부터는 유럽계 로펌에게 2차 개방이 이뤄진다. 2차 개방 이후에는 외국 로펌의 활동반경이 좀 더 넓어진다. 외국법과 관련된 업무만 할 수 있었던 1차 개방시기와 달리 외국 로펌은 국내 로펌과 공동으로 국내법 관련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미국계 로펌은 내년 3월부터 2차 개방이 된다. 국내 법률시장이 완전히 열리는 3차 개방(영국계는 2016년 7월, 미국계는 2017년 3월)이 이뤄지면 외국 로펌이 국내 소송을 자유롭게 맡을 수 있다.

그러나 외국 로펌들은 2차 개방이 돼도 당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신중한 모습이다. 당장 2차 개방을 코앞에 두고 있는 영국계 로펌도 2차보다는 완전 개방이 이뤄져야 시장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원조 디엘에이 파이퍼 한국사무소 대표변호사는 "현재 한국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는 변호사 3명 이외에 추가 충원 계획은 현재로는 없다"고 말했다. 김현석 클리포드 챈스 한국사무소 대표 역시 "지금 일하고 있는 6명 외에 당분간 변호사를 더 늘릴 계획은 없다"며 "(2차 개방이 왔다고) 갑자기 사람 수를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국내 로펌들이 우려했던 변호사 빼가기도 당분간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원조 대표변호사는 "영국계 로펌의 경우 진출한 시장에서 현지화 전략을 주로 추구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3차 완전 개방이 이뤄진다면 변호사 인력 이동이 활발해질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어디에서 인력을 더 데려온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들 로펌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국내 법률시장 선점을 위해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에 들어온 외국 로펌은 기본적으로 길게는 수십 년 동안 해외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법률 자문을 맡아오는 등 이미 탄탄한 국내 고객층을 확보한 상태다.



또 이미 김앤장이나 광장, 태평양, 율촌 같은 국내 유수 로펌과 활발하게 업무제휴를 하고 있기 때문에 공동수임 정도만 가능한 2차 개방은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 2차 개방을 맞이하는 미국계 로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국사무소에 2명에서 많게는 6명까지 두고 있는 이들 로펌도 아직까지 큰 폭으로 충원을 한다는 방침을 정하지 않고 있다. 현재 한국사무소에 5명의 변호사를 두고 있는 클리어리 가틀립의 이용국 대표변호사는 "2년 뒤까지 모두 15명의 변호사를 확보할 예정"이라며 "진출 초기에 이미 세워졌던 증원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동수임이 가능해 지는 2차 개방에 대해서도 "합작이 아닌 협업의 단계이기 때문에 특별한 방책을 마련했다거나 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종한 폴 헤이스팅스 한국사무소 대표변호사도 "국내 시장 진출은 기존 고객과 거리감을 좁히기 위한 목적"이라며 사무소를 급격히 팽창시킨다거나 하는 움직임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외국 로펌들은 일단 서두르지 않고 있는 모습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내 로펌은 위기감 일색이다. 국내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업계에서는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쁘다'는 말이 우스개 소리처럼 떠돌고 있다"며 "외국 로펌이 숨을 고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국내 대형 로펌보다는 중소형 로펌에 업무 제휴가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외국 로펌이 협업을 넘어 3차 개방 시 중소 로펌을 흡수할 지 누가 알겠나"고 말했다. 손영진 심슨대처 앤 바틀렛 한국사무소 대표는 "현지화 전략을 택하는 영국계의 경우 대형이 아닌 국내 중간급 로펌들과 제휴를 할 것"이라며 "외국 로펌마다 제휴 전략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외국 로펌들이 일단 공세적인 외형 확장은 자제하고 있지만 경쟁적으로 수임료를 낮추는 움직임은 감지되고 있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계 로펌 간 경쟁 역시 치열해지면서 자문료 등을 낮추고 있다는 소문이 업계에 돌고 있다"고 말했다. 한 미국계 로펌은 다른 대형 외국 로펌보다 수임료가 25~30% 저렴하다는 점을 부각시키기도 한다.

이에 대해 외국 로펌들은 하나같이 '지나친 경계는 금물'이라고 못을 박는다. 김종한 대표변호사는 "국내 로펌의 경계심은 '구체적인 실체가 없는 두려움'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에 들어온 외국 로펌들은 가급적 국내 로펌들이 강점을 보이는 분야에서 경쟁보다는 공조를 하는 방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한 외국 로펌 대표변호사는 "국내 로펌은 외국계와 달리 정치력을 갖고 있지 않느냐"면서 "전관예우가 비판을 받고 있지만 사실 국내 로펌의 강점으로 평가 받을만한 요소라고 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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