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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만 4社 사업 포기… 역량강화 후 참여 유도를
지난 4월 강원도는 대명레저가 도내 시내 면세점 신규특허를 승인 받자 곧바로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 들뜬 기색을 보였다. 아직까지 도내에 면세점이 한 곳도 없던 터라 대명레저가 강원도 최초의 면세점을 설치하게 되면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지역 중소기업의 상품판매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도의 한 관계자는 “7월부터 대명레저가 면세점 영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유관기관과 긴밀하게 협조하고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성군 델피노리조트 내 오픈이 예정됐던 면세점은 7월이 돼도 들어서지 않았다. 대명레저가 사업진행의 어려움과 낮은 사업성을 이유로 7월 들어 면세점 오픈 대신 사업권 반납을 결정해버렸기 때문이다.
매년 증가하는 외국인 관광객 및 출국 내국인의 쇼핑 수요만 믿고 면세점 사업에 도전했던 중소기업들이 줄줄이 사업권을 포기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상품과 판매공간ㆍ쇼핑객만 있으면 손쉽게 영업이 될 것 같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코 만만하게 도전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는 현실을 뒤늦게 깨달은 결과다.
지난해 11월 관세청은 매년 증가하는 면세점 쇼핑 수요를 지역경제ㆍ관광 활성화로 연결한다는 취지에서 시내 면세점 신규특허 신청을 받았다. 신청대상은 중소ㆍ중견기업으로 못박았고 이미 시내 면세점이 설치돼 있는 서울ㆍ부산ㆍ제주시와 세종시를 제외한 17개 광역지자체를 대상으로 사업특허 신청을 받기로 했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올 4월 등 두 차례에 걸쳐 11개 업체가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양대 면세점 대기업인 롯데ㆍ신라면세점의 고공성장으로 면세점 앞에 붙었던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라는 수식어는 중소ㆍ중견기업들에 환상에 가까웠다. 올 1월 경북 경주 현대호텔 안에 면세점 개설을 추진했던 서희건설이 사전 준비부족과 지역상인과의 마찰 등을 이유로 사업권을 포기한 것을 시작으로 3월에는 로케트전기가 수익성이 낮다며 전남 순천 지역 면세점 사업권을 반납했다. 4월에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커낼워크에 들어설 예정이던 송도면세점이 무산됐고 7월 대명레저까지 강원도에서 포기 선언을 하면서 벌써 4개 업체가 면세점 사업을 포기했다. 예정대로 문을 연 곳은 울산의 진산면세점과 경남 창원의 대동면세점 두 곳에 불과하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한 외국인과 출국 내국인이 늘어나면 면세점 수익도 정비례할 것으로 보이지만 상품 소싱, 브랜드 협상, 재고관리, 물류 등의 사업 노하우와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지 않으면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1,000㎡ 규모의 면세점 운영을 위한 초기 투자비용은 인테리어 비용 150억원, 물품구입 및 재고관리비 250억원, 물류 및 전산 구축 비용 20억원 등을 비롯해 최소 420억원 정도가 소요된다. 이뿐만 아니라 보세 화물관리 및 인도 업무, 재고관리 시스템 운영, 외국인 관광객 유도를 위한 상품진열 및 판촉, 해외 브랜드 입점 협상 등은 관련 경험이 없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시내 면세점 대부분이 소형인데다 해외 브랜드를 유치할 수 있는 사업 노하우가 거의 없고 국산 상품 강제할당 조건까지 있다”며 “시내 면세점은 규정상 전체 면적의 40%를 국산 상품으로 채워야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면세점을 찾는 내외국인 모두 유명 브랜드 구입을 원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중소ㆍ중견 면세점 사업자를 육성하려는 정부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공항 면세구역이나 시내 면세특허권 등을 중소기업에 무조건 할당하는 식은 ‘책상머리 행정’에 불과하다고 꼬집는다. 그보다는 중소기업이 대기업과의 동반성장이나 장기적인 계획 아래 사업기반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사업역량을 키운 후 시장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소ㆍ중견기업 면세점 중 가장 먼저 문을 연 울산의 진산면세점이 좋은 사례다. 진산면세점은 롯데면세점으로부터 브랜드 공급, 현장실습 교육, 전산개발 지원 등의 지원을 받았다. 면세점 규모가 작아 어려웠던 해외 브랜드 유치는 병행수입이라는 방법으로 해결했다. 오는 9월 말 대전에 들어서는 신우면세점 역시 신라면세점의 도움을 받고 있다. 모기업인 신우산업이 건축자재 수출회사로 유통경험이 전무했으나 신라면세점으로부터 브랜드 배치와 구역 설정, 브랜드 입점 협상 등의 노하우를 전수 받았다. 신우면세점은 문을 열면 공동 마일리지 도입 등의 마케팅도 신라면세점과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내 면세점 산업의 경쟁력이 커지면 국내 면세점 입점업체들도 해외진출이 가능해져 동반성장 효과를 낼 수 있다. 기존 진출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국내 면세점 업체들이 해외로 나가면 외화획득은 물론 국내 화장품ㆍ패션잡화ㆍ식품ㆍ생활가전 등 다양한 브랜드들이 동반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 면세점 업체 관계자는 “우리나라 면세점 산업은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높은 편”이라며 “단순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시장을 나눠먹어야 한다는 논리에서 벗어나 함께 시장 파이를 키울 수 있도록 유도해 면세점 산업을 외화를 벌어들이는 국가전략 산업으로 육성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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