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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7월 2일] 선무당과 캘리포니아, 한국경제

온통 ‘서민’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ㆍ여당이 ‘서민 챙기기’에 바쁘다. 반가운 일이다. 재래시장에서 어묵 먹는 대통령의 사진이 설령 야당의 비아냥대로 ‘쇼’라고 할지라도 민생현장 방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이런 행보가 이어졌으면 좋겠다. 재정 악화의 주범, 부자 감세
문제는 지속성과 효과 여부인데 회의적이다. 정부의 2조원 규모 서민지원대책이 기존정책을 재포장한 재탕 삼탕이라는 점은 껍데기 서민정책을 상징한다. 부자 감세와 비교하면 서민지원책의 허구가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가 백지화한 종합부동산세를 빼도 법인세와 고소득층에 대한 재산세 인하로만 오는 2012년까지 세수 감소액이 88조7,000억원에 이른다. 반면 서민 지원은 줄어든다. 당장 상반기 추경예산에 포함됐던 실업급여와 희망근로 프로젝트 등 6조8,706억원이 올해로 끝난다. 서민 지원이 언제 증세로 바뀔지도 모른다. 부자 감세로 인한 세수 부족이 심각한 탓이다. 대통령의 재래시장 방문 직후 단행된 가스ㆍ전기 요금 인상은 사실의 서민 증세와 다름 아니다. 술ㆍ담배에 붙는 세금도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부가가치세 인상론 역시 꺼지지 않는 불씨로 남아 있다. 가뜩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간접세 비중이 절반을 넘는 유일한 국가인 한국의 조세형평성은 더욱 나빠질 개연성이 매우 높다. 방법은 없을까. 있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 부자 감세를 유보하는 게 방책이다. 공약과 정책 기조의 변경이 부담스럽겠지만 상황은 명분에 집착할 만큼 여유롭지 않다. 감세가 경기를 살린다는 경제 철학 자체부터 근거가 취약하다. 지난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는 감세를 글로벌 위기의 한 요인으로 지목한다. ‘부시는 감세안을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포장했지만, 어떤 경제학 이론에도 없는 얘기다’. 부자 감세의 결말은 캘리포니아주의 사례가 말해준다. 한때 미국 51개주 가운데 교육 의료 소득 등 모든 분야에서 최상위권을 자랑했던 캘리포니아는 이달 말이면 부도를 맞을 형편이다. 학교를 폐쇄하고 교통범칙금을 남발하며 죄수를 풀어주고 있다. 돈이 없어서다. 이 지경에 빠진 가장 큰 원인은 부자 감세를 법제화한 1976년의 ‘주민발의13(Proposition 13)’. 달콤했던 감세는 결국 캘리포니아를 재정 파탄으로 몰아넣었다. 무당의 경제학부터 버려야
캘리포니아의 감세 바람은 미국 전역으로 번져 감세 정책을 주창한 레이건의 당선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1980년 봄 공화당 대선 후보로 레이건과 경쟁하던 조지 부시(아버지)는 ‘감세를 통한 성장이라는 레이거노믹스는 사람을 현혹시키는 연기만 피워 올릴 뿐 알맹이는 전혀 없는 ‘무당의 경제학(Voodoo Economics)’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레이건의 감세 정책은 오늘날 미국의 쌍둥이 적자를 고착시킨 주범으로 꼽힌다. 최근 미국과 영국 등은 부자 증세, 서민 감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세계적으로 무당의 경제학으로 증빙된 부자 감세정책을 매달리는 한국은 어떤 결말을 맞을까. 감세가 위험하다는 인식이 없지 않지만 힘이 약하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답변을 통해 ‘감세가 재정건전성에만 영향을 주고 당초 기대했던 기업 투자 부분에서 미흡했다는 지적에 동의한다’며 부자감세 유보를 표명했다가 불과 반나절 만에 말을 바꾼 사례가 대표적이다. 필요한데 왜 못하는가. 서민을 위한다는 대통령의 뜻을 아래에서 이행하지 못하는 것인지, 처음부터 진정성이 없었던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가장 두려운 경우는 선무당의 고집으로 잘못된 정책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다. 캘리포니아와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선무당은 경제를 망친다. 진정 서민을 위하고 경제를 생각한다면 무당의 경제학부터 버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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