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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치에 몰린 재계… 움츠러든 총수들
입력2005-10-09 14:45:55
수정
2005.10.09 14:45:55
삼성그룹에 대한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압박, 검찰수사, 국정감사 증인 채택 등으로 재계 총수들의 활동반경이 움츠러 들고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에버랜드의 변칙증여, 옛 안기부 도청파문, 금융산업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 논란, 두산그룹의 형제간 갈등 등 정치.사회적으로 재벌에 대한 따가운 여론이 확산되면서 재계가 핀치에 몰리자 총수들도 대외활동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 폐암 치료에 따른 정밀진단을 위해 미국에 머물고 있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경우 전에 같으면 현지 사업장도 점검하고 향후 사업전략 등을 논의하기 위한 사장단회의 등도 개최했겠지만 지금은 특별한 활동이 없는 상태다.
최근 삼성 주변 상황으로 볼 때 이 회장이 해외에서 경영활동에 나서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두산그룹의 박용만 부회장은 당초 지난 8월13-19일 GE가 한국 대기업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GE 크로톤빌 연수 프로그램'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불참했다.
GE의 크로톤빌 연수는 제프 이멜트 회장 등 GE의 고위 경영진들이 미국 맨해튼근교에 위치한 자사 크로톤빌 연수원으로 한국의 경영자들을 초청, GE의 글로벌 산업 현황과 기업경영 방식 등에 대해 설명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프로그램이다.
박 부회장은 GE가 올해 한국 경영자들을 대상으로는 처음 실시한 이 프로그램에참가해 글로벌 경영마인드를 제고할 계획이었으나 때마침 터진 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검찰 수사 등 뒤숭숭한 회사 내부 분위기 때문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연 회장은 10월초 헝가리를 방문, 페렌치 듀르차르 총리를 면담하는 일정이잡혀 있었으나 국감증인 채택 문제로 출국을 하지 못해 듀르차르 총리를 만나지 못했다.
김 회장은 국감증인으로 채택된 상황에서 출국할 경우, 증인출석을 피하기 위해해외로 나갔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면담 약속에도 불구하고 계속국내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민감한 시기에 자칫 구설수에 오를 수 있다는참모진의 진언을 받아들여 KPGA 등 비경제분야 외에는 대외접촉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정치권이나 시민사회단체의 압박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정몽구 현대차그룹회장과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등 일부 총수들은 여느 재계의 분위기와 달리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정 회장은 최근에도 6일간의 유럽 순방에 올라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 건립 현장과 프랑크푸르트 연구소 등을 둘러보며 직원들을 격려하는가 하면 체코에서 수상등을 만나 현대차의 체코공장 건립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총수들의 활동 위축은 경제단체들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5단체는 7월말 단체장들이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대정부 건의문을 발표하려 했으나 옛 안기부 X파일 문제와 두산그룹 형제간 경영권 분쟁 등으로 심상치 않은 재계 분위기를 감안, 일정을 취소했었다.
또한 지난달 8일 열린 전경련 9월 회장단회의에는 올해 들어 가장 적은 8명의회장단만이 참석해 썰렁한 느낌을 줬고 9월말에 예정됐던 총수들의 골프 모임도 재계 주변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자연스럽게 취소됐다.
전경련은 오는 13일 10월 회장단회의를 개최하고 김진표 교육부총리를 초청해간담회도 가질 예정이지만 최근 상황으로 볼 때 얼마나 많은 총수들이 참석할지는미지수다.
재계 관계자는 "연말을 앞두고 현장과 재계 현안을 바삐 챙겨야할 총수들이 계속 활동을 꺼리면 내년 사업운용계획 등 향후 기업경영에까지 안좋은 영향을 끼칠수 있다"며 "잘못된 관행 등 털어낼 건 털어내고 하루빨리 안정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업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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