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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의 위기]<중>식품파문, 왜 반복되나

"허술한 관리가 禍 키운다"<br>유햄루질 규제 등 사실상 방치… 업체들도 "정부 탓"<br>국내산 높은 단가·시민단체 무차별 여론몰이도 문제

한 백?머 식당가 주방장이 납 함유량 과다로 논란이 된 중국산 김치를 사용치 않는다는 팻말을 내걸고 있다. 류효진기자

9일 할인점에서 만난 주부 L(59)씨는 저녁 식탁에 초밥을 올릴까 생각 중이라고 했다. “국내산 민물고기 파문이 양식어류 전반에 대한 불안감으로 번지고 있지 않느냐”고 말을 건네자 “한 바퀴 둘러보세요. 지적되지 않은 제품이 있나”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 주부는 “정부나 언론 발표에 연연한다면 도무지 장바구니에 올릴 제품이 없다’면서 “단촐하게 식탁을 지켜가는 게 주부가 할 일”이라고 냉랭한 표정으로 답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지속되는 식품 파문에 소비자들도 지쳐가고 있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 ◇규제미비가 한 몫=식품위생법상 뚜렷한 규제기준이 없거나 정부의 관리가 허술한 점 등은 식품 파문이 끊이지 않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국내산 민물고기에서 발암 유발 물질인 말라카이트 그린이 검출된 것과 관련해서도 정부의 관리미비가 도마에 올랐다. 중국산 수산물 파동 이후 정부는 20년 전부터 국내에서는 말라카이트 그린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발표했지만 이번에 검출된 양식장이 전국 7개 시도에 고루 분포한 것으로 나타나 말라카이트 그린이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돼 왔음을 확인시켜줬다. 또한 현행 식품위생법은 사용 가능한 물질만 적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유해물질에 대한 인체 기준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선의의 피해자들은 물론 말라카이트 그린이 검출된 해당 양식업자들까지 되레 정부 탓을 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사용 기준이나 규제도 없이 사실상 방치해놓고 갑자기 책임을 묻는다면 어디 가서 하소연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단가 저항도 다른 원인=국내산만으로는 단가 저항에 부딪칠 수 밖에 없는 것도 식품 파문이 반복되는 이유 중 하나다. 국내 유명 김치업체의 고위 관계자는 “김치 제조는 높은 단가로 인해 국내유명 업체 중 사실상 이익을 보고 있는 업체가 전무한 상황”이라면서 “그렇다고 제조하지 않을 수도 없어 이래저래 고민”이라고 말했다. 김치는 들어가는 재료만해도 수십 종으로 대형 업체 입장에서도 ‘팔수록 적자’인데 중소업체의 어려움은 더 할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한다. 최근 중국산 김치 파동에서도 국내 업자들이 중국산 고춧가루 등 싸구려 재료를 수입해 국내산 김치로 판매할 가능성이 제기됐듯이 단가 저항 문제는 식품 파문을 지속시킬 개연성을 높여준다. 중국산 나물을 판매 중인 한 상인도 “맛은 떨어지지만 국내산은 가격이 비싸 중국산을 찾는 이들도 많다”고 귀띔한다. ◇일부 소비자단체의 여론몰이도 문제=시민단체의 활동이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크게 기여하고 있지만 일부 소비자단체의 무분별한 발표식 여론몰이는 오히려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높이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실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최근 영유아 식품 74개 제품과 이유식 원료 16개 제품의 잔류농약 검사를 시행한 결과 잔류농약이 검출된 제품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두어 달 전 모 시민단체가 일동후디스의 이유식에서 농약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혀 관련 매출이 20% 이상 떨어지고 업체로서는 견디기 힘든 큰 이미지 손실을 입은 후였다. 규제 기준이 모호하거나 나라별 기준이 다른 경우 이를 이용한 발표로 경각심을 조성하는 것도 업체들이 호소하는 어려움 중 하나다. 식품안전 기준은 강화돼야 하지만 식약청 기준을 따랐다가 ‘국민 건강의 볼모’로 둔갑하게 되는 사례도 적지 않은 만큼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에 제기된 기능성음료ㆍ소화제의 방부제 과다 파문처럼 식약청-업체-소비자단체의 ‘진실게임’속에 가장 피해를 입는 건 결국 소비자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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