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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태권브이의 '귀환'

연인원 5,000명 투입, 완벽하게 디지털 복원<br>18일 31년만에 재개봉…캐릭터·음반·공연 등 콘텐츠 사업으로 확대





‘마징가 제트와 로보트 태권브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모른다’지만 적어도 문화산업 측면에선 그렇지 않았다. 마징가 제트가 속편을 통해 진화를 계속하며 그 생명력을 꾸준히 이어온 반면 태권브이는 1990년을 마지막으로 서서히 아이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태권브이가 홀연히 돌아왔다. 기적처럼 우연히 발견된 영화필름을 통해 연인원 5,000여명이 투입된 피땀 흘린 작업을 거쳐 디지털로 완벽 복원된 ‘로보트 태권브이’가 극장 개봉되는 것. 덕분에 아이들의 손을 잡고 커다란 극장 화면을 함께 보며 아버지의 어린시절 꿈에 대해 자녀에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저 로보트를 보면서 나도 한때 과학자가 되기를 꿈꿨노라고. ◇ ‘로보트태권브이’ . 필름 발견에서 극장 상영까지. 태권브이가 탄생한 지 31년. 태권브이의 추억을 기억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영화의 복원을 꿈꿨지만 원래 ‘로보트 태권브이’의 복원은 불가능한 프로젝트로 받아들여졌다. 영화가 제작되던 1976년 당시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산업의 열악함으로 인해 필름 자체가 남아있지 않았던 것. 당시에는 애니메이션을 그려서 인화하는 셀이 부족해 원래 있던 그림을 지우고 그 위에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만화영화가 제작됐다. 그런 과정으로 인해 원작의 원화들은 사라졌다. 또한 원판 필름은 어느 새인가 홀연히 사라져 그 행방이 묘연했다. 떠도는 풍문에 의해 ‘미국으로 유출됐다’는 이야기만 들릴 뿐. 그러던 중 2003년 4월 25일 ‘로보트 태권브이’의 복사본 필름이 기적처럼 다시 나타났다. 한국애니메이션 기획전 준비를 하기 위해 영화진흥위원회 필름보관실을 정리하던 중 우연히 영화가 발견된 것. 총 10권으로 이루어진 프린트 중 오프닝과 엔딩을 제외한 8권이 필름이 보존돼 있는 것이 확인됐다. 하지만 필름의 상태는 온갖 이물질과 긁힘 등으로 인해 훼손정도가 심각한 상황. 사운드도 상당부분 소실됐다. 결국 영상을 일일이 스캔하고 장면별로 수작업을 하면서 사운드는 완전히 재녹음을 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복원작업을 맡은 신철 신씨네 대표가 “차라리 완전히 다시 그리는 게 나았을 정도”라고 표현할 정도로 힘든 대작업. 유실된 오프닝과 엔딩은 한국영상자료원과 춘천애니메션 박물관 소유의 필름을 뒤져 간신히 확보했다. 기존 사운드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 수준의 ‘1980년대적 느낌’으로 사운드도 재녹음했다. 음악도 주제가를 포함 총 48곡을 재녹음. 이런 과정을 거쳐 2005년 6월 부산영화제에서 ‘로보트 태권브이’의 1차 복원판이 상영되기에 이르렀고, 드디어 2007년 1월 18일 극장에 개봉되기에 이르렀다. ◇ 태권브이는? 태권브이는 만화 속에서 악역으로 출연하는 ‘카프 박사’와 주인공 훈이의 아버지 김박사가 공동으로 개발한 전투로봇. 자신의 못생긴 외모를 비관하고 거대 로봇을 통해 자신의 위대함을 증명하려고 했던 카프박사와 태권브이를 이용해 지구 평화를 지키려는 김박사의 의견충돌로 인해 결국 김박사가 홀로 로봇을 완성시킨다. 키 56미터, 몸무게 1,400톤. 시속 300킬로미터의 속도로 달릴 수 있고, 마하 1.2의 속도로 날 수 있다. 제비호 비행정이 태권브이의 머리부분과 합해 주조종사의 좌석이 본체 내부로 하강하면 조종사와 로봇이 한 몸으로 움직이는 태권V의 움직임이 시작된다. 조종사인 훈이는 태권도 세계 챔피언. 때문에 태권V는 훈이와 동일한 태권도 3단의 실력으로 상대와 싸울 수 있다. ◇ 30년 전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미래적인 ‘로보트 태권브이’의 스토리. ‘로보트 태권브이’의 이야기는 30년 전 만들어졌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미래적이다. 태권도 수련을 마치고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한 주인공 훈이. 그런데 훈이와 상대를 했던 상대편 선수들이 납치돼 홀연히 사라지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이 사건은 세계정복을 노리는 붉은 제국과 자신의 외모를 비관하고 세계에 복수하려는 카프박사의 음모로 받아들여진다. 한편 카프의 딸이라고 밝힌 메리라는 소녀가 나타난다. 뭔가 의심스러운 행동을 계속하는 그녀. 알고 보니 메리는 태권브이의 설계도를 훔치기 위해 붉은 제국이 파견한 인조인간이었고, 메리는 훈이의 아버지 김박사를 살해하고 도망치기에 이른다. 이제 훈이는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인조인간 메리와 붉은 제국에 맞서 태권브이와 함께 싸운다. 태권브이는 인간과 로봇이 일심동체가 돼서 움직인다는 설정,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인조인간 등 당시 해외 로봇 애니메이션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상상력이 가득한 영화다. 특히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인조인간의 이야기와 못생긴 외모를 비관하고 세계정복에 나서는 카프박사에 대한 영화의 따뜻한 시선은 21세기에 다시 봐도 낡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 태권V. 21세기 어린이들을 위한 캐릭터로 다시 태어난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모방작’, ‘해외 로봇디자인의 표절작’ 등의 비판도 적지 않았지만 ‘로보트 태권브이’가 80년대 한국 애니메이션의 호황기를 이끈 작품이라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또한 이 캐릭터가 30대 이상의 성인들의 세계관을 만들며 완전한 우리 것이 되었다는 사실 또한 변하지 않는다. 이제 이 태권브이는 21세기 우리 아이들을 위한 새로운 캐릭터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태권브이의 제작사가 향후 영화의 새로운 시리즈를 2~3년 주기로 3D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계획이기 때문. 또한 캐릭터ㆍ출판ㆍ공연ㆍ음반ㆍ테마파크 등에서도 태권브이를 만날 수 있게 된다. 제작사 측은 태권브이 시리즈를 일본의 건담같이 다방면으로 활용되는 세계적인 콘텐츠로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태권브이의 재개봉이 단 한번의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우리 어린이들이 태권브이를 만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과연 태권브이가 과거 추억 속의 존재에서 벗어나 21세기 어린이들의 아이콘으로 다시 탄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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