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노련의 불법 리베이트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 남부지검의 전직 지검장출신 변호사가 관련 피의자들의 변호를 맡았다가 논란이 일자 사임계를 제출한 일을 계기로 법조계 안팎에서‘전관예우’ 논란이 다시 뜨겁게 일고 있다. 민변 등 재야 법조계에서는 전관예우가 있었는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부하 검사들의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며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재조 법조계는 전관예우 운운은 불법 브로커들이 사건 수임을 위해 퍼뜨리는 상술에 불과하다며 검찰 수사나 재판결과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전관예우를 놓고 입장이 상반되고 있지만 전관 출신 변호사들이 사건처리 또는 재판결과에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쳤는지 객관적인 분석자료가 없어 그 실체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형사피의자 등의 극도로 불안한 심리를 악용해 불법 브로커들이 ‘전관이 특효약’이라며 수임을 강요하고 있어 피해자들이 양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법원측은 “법원의 재판에 실제로 전관예우가 존재하는 것으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해 개업한 전관 변호사의 구속적부심 석방률이 46.3%로 일반 변호사의 46.1%와 비슷하고, 보석허가율 역시 46.6%대 50.5%로 오히려 낮다는 게 그 근거다. 그러나 사법개혁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2월~2003년 1월 서울의 형사사건 수임랭킹 10위 안에 판ㆍ검사 출신이 무려 9명이나 포진, 여전히 전관출신 변호사들이 ‘사건싹쓸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서초동에서 개업중인 A변호사는 최근 27억원 규모 부동산 소유권 분쟁에서 2심(고등법원)까지 승소했지만 상대방 측이 고위법관 출신 변호사의 전관예우를 이용, 재판을 뒤집었다고 주장했다. A변호사는 “대법원 고위판사 출신 변호사들이 대법관 및 재판연구관을 찾아가 관련 사건에 대해 청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또 검사출신 B변호사는 “개업 직후가 아니라도 검사출신 변호사들에게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기대하고 억대의 수임료를 주고 형사사건을 맡기는 일이 다반사”라고 말했다. 이처럼 단기적인 전관예우 뿐만 아니라 전관 출신 변호사들이 친분을 이용해 법원과 검찰에 로비스트의 역할을 하는 일이 빈번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태훈 고려대 법대 교수(사법개혁추진위원회 기획추진단 기획연구팀장)는 “전관예우가 존재한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이미 형성돼 있는 점을 보더라도 변호사 업계의 전관예우는 개선해야 할 관행”이라며 “변호사 수를 늘려 경쟁 시스템을 강화하고 변협 내 자체 징계를 강화하는 것만이 뿌리깊은 전관예우를 근절시킬 수 있는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일정기간 전관출신 변호사들의 사건처리 결과를 공개, 사전에 전관효과를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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