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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완' 폭풍이 온다] (3) 전방위 결합을 시도하다

'중국판 개성공단' 추진 이어 군사부문까지 '밀월' 확대<br> "세계시장서 경제실리 얻자" 단순 교류서 전략적 협력 강화<br>정치 앞세워 경제 도외시 땐 잃어버린 역사 되풀이 할수도


중국과 대만은 지난 5월 제3차 양안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상대 지역에 은행 지점을 설립하고 금융 분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위안화 형상이 크게 찍힌 중국 지아퉁은행의 대형 광고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사진=서울경제DB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6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우보슝(吳伯雄) 대만 국민당 주석과 마주 앉아 '천리 밖까지 바라보고 싶은 마음에 한 층을 더 올라서네(欲窮千里目 更上一層樓)'라는 당나라 시인 왕즈환(王之煥)의 시구를 읊었다. 후 주석은 또 "쉬운 것을 먼저 하고 어려운 것은 나중에 한다는(先易後難) 자세로 '선경제 후정치(先經後政)'의 원칙에 따라 양안 적대 상태를 끝내자"고 말했다. 양안관계의 정경 분리(政經分離) 원칙을 분명히 한 것이다. 중국 일부에서는 최근 '차이완' 통합 가속화를 반기며 대만에 '잃어버린 시대'가 너무 길었다고 탄식하기도 한다. 하지만 양안이 앞으로 더 공을 들이지 않는다면 양안의 미래가 또 '잃어버릴 10년'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다시 쉬운 것을 외면하고 어려운 문제를 끄집어내는(先難後易) 이들에게 힘이 실리고 정치를 앞세워 경제를 도외시하는(先經後政) 일이 반복된다면 역사의 수레바퀴는 곧바로 역류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판 개성공단' 등 쾌속 항진=최근 중국 정부는 대만에 인접한 푸젠(福建)성을 중심으로 '해협서안(海峽西岸) 경제구'라는 대규모 경제특구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만과의 경제통합을 확대하기 위한 일종의 '중국판 개성공단'이다. 해협서안 경제구는 푸젠성을 선전의 주강(珠江) 삼각주, 상하이의 장강(長江) 삼각주와 연결하는 대규모 프로젝트. 해협서안 경제구 건설을 통해 양안의 경제협력을 단순한 교류에서 전략적 차원으로 확대하려는 야심찬 포부가 담겨 있다. 양안의 '중국판 개성공단' 건설 추진은 중국과 대만 모두에 커다란 경제적 실익을 안겨줄 것으로 전망된다. KOTRA의 한 관계자는 "중국과 대만이 협력의 시대를 맞아 오랜 정치적 적대관계를 유지해온 양안관계를 청산하고 경제실리 추구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특히 해협서안 경제구 건설을 통해 일자리 창출, 산업 발전, 투자 및 합작 확대, 기업 유치 등 다양한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대규모 상품구매단도 양안의 결속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은 지난 5월 말 분단 60년 만에 처음으로 대만에 46개 기업으로 구성된 '양안경제무역촉진을 위한 구매시찰단'을 파견, 22억달러의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은 6월과 오는 7월에 각각 2ㆍ3차 구매사절단을 대만에 파견하는 등 9월까지 모두 7~9차례의 구매사절단을 보낼 계획이다. 대만 측은 중국 측의 이 같은 행보를 크게 반기고 있다. 대만 중위안(中原)대학 기업연구소의 뤼훙더(呂鴻德) 박사는 최근 한 포럼에서 "중국대륙의 부상은 이미 명백한 사실이며 중국 기업의 대만 구매활동은 대만 기업에 큰 도움이 되고 중국의 광대한 시장도 엄청난 기회"라면서 "양안이 힘을 합치면 전세계의 돈을 싹 쓸어담을 수 있다"고 전했다. ◇'밀월'관계 군사 부문까지 확대=지난달 말 중국 공산당과 대만 국민당 출신 퇴역 장군 40여명이 푸젠성 샤먼의 한 골프장에 모였다. 이들은 이날 골프대회에서 운동을 함께한 뒤 만찬에서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60여년 전 중국대륙의 패권을 놓고 피비린내 나는 국공(國共) 내전을 벌였던 이들의 후예들인가 싶을 정도다. 양안 간 경제 부문에서의 '밀월'은 이처럼 금단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군사 부문까지 확대되고 있다. 우 주석은 최근 장쑤(江蘇)성 난징(南京)대에서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양안은 이미 장기적인 국공(國共) 대치와 군사갈등에서 벗어났으며 현재의 젊은 세대들에게 양안 간의 구별은 더 작아졌다"며 "양안의 포(砲)가 서로를 향하고 전쟁으로 마주치는 일은 영원히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대만에 대한 적대의식에도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미국 군사전문가 버나드 콜 교수는 최근 논문을 통해 "중국 해군의 소말리아 해역 배치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전투배치가 더 이상 대만해협을 목표로 하지 않는 것을 시사하는 중요한 이정표"라는 주장을 폈다. 콜 교수는 "해방군의 이 같은 전투배치 변화는 중국 정부가 전략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며 더 이상 중국 해방군의 모든 관심이 대만해협에 머물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면서 "지난해 발표한 국방백서에서 대만을 단 한 차례만 언급한 것도 중국 정부의 사고방식이 변화된 것을 나타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해빙 무드를 바탕으로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과 후 주석의 회담이 성사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차이나데일리는 최근 "마 총통이 예정된 9월 국민당 주석직을 겸하게 되면 당 주석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해 후 주석과 만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의 세인 리 창중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마 총통이 총통 자격으로는 중국을 방문할 수 없지만 국민당 주석 자격으로는 가능하다"면서 "두 사람의 만남은 양측의 정치적 유대를 강화하는 명백한 '액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차이완'은 정경 분리 원칙의 결실=중국과 대만이 마 총통 당선 이후 협력의 길로 급격하게 방향을 틀면서 '차이완' 시대를 열어가고 있지만 이는 단숨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 지난 수십년간 견지됐던 '정경 분리'의 원칙 덕분에 가능했다. 과거 천수이볜 총통 시절 대만은 독립 노선을 걸었고 중국은 이를 반민족적 탈선이라고 규탄하면서 양안은 정치적으로 서로에게 날을 세웠다. 그러나 이 시기에도 양안의 경제협력은 정경 분리 원칙에 입각해 큰 폭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확대됐다. 특히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줄곧 대만에 대한 정경 분리 원칙을 고수, 중국에 진출했거나 진출하려는 대만 기업에 대해서는 특혜를 주고 있다. 또한 중국의 주요 성에는 대만 기업의 진출을 지원하는 창구를 마련, 노동계약법 적용과 수출환급금 인하 등으로 경영난에 빠진 대만 기업들을 적극 후원하고 있다. 대만의 기업인들은 중국의 일관된 정경 분리 원칙이 대만의 마잉주 정권의 출범으로 마침내 빛을 보게 됐다고 평가한다. 리중더 대만 가오슝 중소기업협회 이사장은 "중국은 지난 30년 동안 시종일관 대만에 정경 분리 원칙을 적용해왔으며 이런 노력이 마잉주 정권 출범과 함께 결실을 얻게 됐다"면서 "현재 대만 중대형 기업 경영자의 90% 이상은 마잉주 정권이 현재 추진 중인 중국과의 합작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남북관계 경색에 대해서는 정경 분리 원칙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의 한 중국문제전문가는 "요즘 개성공단 문제를 포함한 남북관계의 후퇴는 상호 정치적 갈등에서 비롯됐다"면서 "이 같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치 문제보다 경제 문제를 중시하는 등의 자세 변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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