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옥쇄를 각오하고 제11보(138~148) 백38이 놓이자 장쉬는 얼른 잇지 못하고 10분을 망설였다. 판세가 이미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찬찬히 바둑판의 이곳저곳을 살피던 그는 좌상귀 방면의 큰끝내기가 눈에 들어왔다. 참고도1의 백1 이하 5가 그것이었다. 흑은 후수로 6에 연결해야 하는데 이 수순을 백에게 허용하면 흑은 승리를 기대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장쉬는 원래 참고도2의 흑1로 꽉 이을 작정이었다. 그것이면 백도 2로 튼튼하게 연결할 것이고 흑은 3으로 머리를 내밀지 않을 수 없는데 그 다음이 문제였다. 백4면 흑5로 살아야 하는데 이 자체로 흑대마는 봉쇄되어 있는 모습이다. 백은 유유히 손을 돌려 참고도1의 수순을 밟을 것이며 그 코스는 무조건 백승일 것이다. 장쉬는 비상수단을 쓰기로 했다. 모양은 이상하지만 흑39로 받기로 한 것이었다. 백40 이하 46은 승리를 확신하고 모양을 결정지은 것. 흑47은 옥쇄를 각오한 버티기였다. 이 수로 48의 자리에 끊으면 중앙의 흑대마는 안전하다. 그러나 47의 자리를 백에게 빼앗기면 어차피 흑의 승리는 기대할 수가 없다. 백48이 놓이자 도쿄 현지의 검토실에 모여있던 일본기원의 고단자들은 물론이고 서울 한국기원에서 검토회를 벌이고 있던 기사들도 모두 바짝 긴장했다. 과연 중앙의 거대한 흑대마는 잡힐 것인가. 노승일ㆍ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7/11/0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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