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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 첫 시각장애인 합격자 최영씨

"갑자기 시력 잃었을 땐 좌절했지만 이젠 변호사로 세상 나갈 준비해요"


“갑자기 시력을 잃었을 때는 꿈을 접으려고 했습니다. 이제 세상에 나가 시각장애인 변호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습니다.” 21일 시각장애인으로는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사법시험 2차에 합격한 최영(27ㆍ서울대 법대 졸ㆍ사진)씨. 5전6기의 도전 끝에 2차 시험에 합격한 최씨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못다한 꿈을 펼쳐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내리 다섯번 1차 시험에 낙방한 3급 시각장애인인 최씨는 지난해 1차 시험과 올해 2차 시험 합격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최씨에게 역경이 찾아온 때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될 무렵, 어릴 시절부터 시력이 나빴던 그는 병원에서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았다. 야간에 사물식별을 못하는 야맹증세도 심해졌다. 2000년 대학 입학 때만 해도 생활에 지장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지만 2005년부터는 글자는 물론 주변 물건을 구별하지 못할 만큼 시력이 나빠졌다. “한때 사법시험을 그만둘까 생각할 만큼 좌절에 빠졌습니다. 눈은 보이지 않고 점자도 읽을 줄 몰랐으니 더 이상 공부를 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대입 무렵부터 준비한 사법시험을 끝내 포기하지는 못했다. 1차 시험에서 2차례나 떨어진 것에 대한 오기도 발동했다. 눈으로 보지 못하니 귀로 들어야 했다. 최씨는 우선 자신만의 음성형 교재를 만들었다. 시각장애인 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음성낭독 기능이 장착된 컴퓨터에 사법시험 교재 내용을 일일이 쳐넣었다. 같은 분량을 공부하는데도 남들보다 서너배씩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도 신림동 고시촌에서 혼자 생활하는 최씨를 성심성의껏 도왔다. 최씨는 “식당에도 누군가를 붙잡고 가야 하는데 친구들이 항상 챙겨줬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최씨는 “시각장애인으로서 가장 불편한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시험을 준비하면서 느낀 점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책이 너무 없다는 것이었다. 출판사들이 저작권 문제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에게 텍스트파일을 제공하지 않는다는데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씨는 “시험준비에만 몰두하느라 보행연습도 제대로 못했다”며 “이제 걸음마부터 배워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하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편 법무부는 21일 제50회 사법시험 합격자 1,005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여성 합격자가 1947년 법조인 선발시험이 실시된 후 가장 많은 384명으로 전체 합격자의 38.21%를 차지했다. 최저 합격점수는 총점 353.74점(평균 47.16점), 법학 비전공자 합격자 수는 188명(18.71%)으로 전년에 비해 다소 줄었다. 3차 시험은 다음달 18~21일 사법연수원에서 실시되고 최종합격자는 그 달 28일 발표된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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