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원장은 이날 여신금융사 대표들과 만나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문제제기에 대해 업계 스스로 시장질서 저해와 소비자 권익 침해가 없는지 살펴보라"고 지적했다. 현대캐피탈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정조준했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현대캐피탈은 현대자동차그룹을 등에 업고 현대차 판매의 8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상반기 순이익은 2,481억원으로 경쟁사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이 때문에 캐피털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현대캐피탈에 일감을 몰아준다고 주장한다.
현대캐피탈 측은 현대차 구입 고객의 70%는 현금거래나 은행대출, 다른 캐피털사를 이용하기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자동차 회사가 차를 팔면서 대출을 연계하다 자회사로 분리된 경우는 전세계에 통용되는 영업형태라고 강조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재벌 총수 일가가 대주주인 자회사에 다른 계열사가 일감을 몰아주는 경우는 문제가 되지만 현대캐피탈은 현대 일가가 지분을 소유하지 않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도 불공정 거래로 적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현대차와 현대캐피탈은 특별판매를 하거나 고객정보를 공유하는 등 강력한 협업관계다.
현대차 영업점에서 직원이 할부구입을 원하는 고객에게 현대캐피탈을 권유하면 수수료(인센티브)를 준다. 현대캐피탈은 자동차할부 기간이 끝난 고객정보를 현대차 영업점에 제공한다. 영업점은 이정보를 바탕으로 재구매를 유도하는 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동차 제조사와 계열 금융회사가 할부금융을 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라면서도 "문제는 과도하게 일감을 몰아주면서 소비자가 다양한 할부금융회사를 선택할 권리를 뺏고 할부금융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원장이 대기업 계열 여전사가 자동차 할부금융 이외의 분야로 수익원을 다변화할 것을 주문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의 입장은 다르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자동차 제조사와 계열 금융사가 연계해 더욱 효과적인 고객관리가 가능하다"면서 "자동차 구입과 이후 발생하는 다양한 금융수요에 대처하면서 새 수익원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작 논란 속에 간담회에 참석했던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은 "오늘 최 원장에게 아무런 질문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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