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미국에 이어 유럽과 일본의 메이저 자동차업체에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잇따라 공급하며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기반을 확고히 했다. LG화학은 현재까지 전기차 배터리 공급실적에서 강력한 경쟁자인 일본 업체들을 압도해 사실상 글로벌 선두업체의 입지를 굳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30일 LG화학은 유럽 자동차 업체인 르노의 초대형 순수 전기차 프로젝트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하는 업체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오는 2011년부터 본격 양산될 르노의 순수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게 된다. 특히 이번 물량은 LG화학이 지금까지 맺은 공급계약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LG화학 측은 “전기차 양산규모 등을 감안할 때 지금까지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 중 이번 르노와의 계약이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계약사항은 밝힐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LG화학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시보레 볼트’ 30만여대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금액이 1조5,000억~2조원 정도로 추정됐음을 감안할 때 이번 르노와의 장기계약 금액이 최소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LG화학은 이미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은 스웨덴 볼보에 이어 프랑스 1위이자 유럽 3위 업체인 르노를 고객사로 확보함에 따라 급성장하는 유럽 전기차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르노는 제휴사인 닛산과 함께 세계적인 전기차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2년까지 50만대 규모의 전기차 양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 각지에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등 전기차 분야에서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미국에 이어 유럽시장에서도 복수의 메이저 고객사를 확보함으로써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탄탄한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럽시장을 선점한 LG화학은 2차전지 강국인 일본시장에 진출하는 성과도 거뒀다.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LG화학이 일본 미쓰비시자동차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LG화학과 미쓰비시자동차 양측은 이를 아직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계약발표는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LG화학은 미국 ‘빅3’ 중 GM과 포드를 고객으로 확보했으며 미시간주 홀랜드시에 총 3억달러를 투자해 현지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 등 미국시장에도 안착했다. LG화학이 현재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글로벌 업체는 르노를 포함해 현대ㆍ기아차, GM, 포드, 장안기차 등 전세계 8곳에 달한다. 또 조만간 계약발표가 예상되는 미쓰비시자동차를 포함해 올해 말까지 2~3곳 정도의 글로벌 업체와 추가 공급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추가 고객사는 유럽과 중국의 자동차업체들로 알려졌다. 이 같은 LG화학의 성과는 후발주자지만 선도적인 투자로 가볍고 성능 좋은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에 집중해 니켈수소 배터리에 주력해온 일본 업체들에 비해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기존 니켈수소 배터리 대신 리튬이온 배터리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점도 리튬이온 배터리에 강점을 가진 LG화학에 긍정적이다. 아울러 사업 초기 실적부진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 안목에서 전기차 배터리 개발을 밀어붙인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뚝심도 현재 LG화학이 승승장구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LG화학은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와 추가 공급업체 확보를 통해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욱 벌려나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위해 올해 총 400여명의 R&D 인력을 채용하고 연구개발비로 500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국내의 경우 충북 오창에 2013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공장을 확대하며 하반기부터 GM과 현대ㆍ기아차 등에 물량을 본격 공급하고 있다. 또 글로벌 고객사 추가 확보에 대비해 유럽과 기타 지역에 현지공장을 건설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지금까지의 추세로 볼 때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단기간 내 안정적 이익창출은 물론 2015년 매출 3조원 이상 달성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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