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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이 대안이다] <1>무한경쟁시대 개막

거래량 목매는 증권업계 설땅이 없다<br>개인투자자들 홈트레이딩·간접투자로 옮겨가<br>위탁 수수료 줄어도 새 수익모델은 발굴 못해<br>금융시장 업무영역도 붕괴 '적자생존' 불가피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훌쩍 넘겼는데 겨우 2~3명만 앉아 있는 썰렁한 객장을 보세요. 지난해에는 실적이 좋지 않아 휴가를 못 갔는데 올해 역시 계획조차 잡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장이 조금이라도 좋을 때 한 푼이라도 더 벌어두려고요. 내년에는 또 어떻게 버틸지 걱정부터 앞섭니다.” (모 증권사 여의도 지점장) 최근 들어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증권맨들은 위기의식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는 개인투자자들이 간접투자시장으로 옮겨가거나 주식투자를 하는 경우에도 수수료가 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거래를 하면서 주 수입원인 위탁수수료는 급감한 반면 투자은행(IB) 등 미래 사업 모델은 발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은행과 보험 등은 거미줄 같은 지점망을 등에 업고 펀드 상품과 같은 증권영역을 야금야금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증시가 그런대로 호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서도 증권맨들의 어깨는 갈수록 움츠러들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서울 여의도 증권가를 보면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요즘 여의도에서 증시활황에 따른 잔칫집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90년대 초 증시 활황으로 주변 고급 술집들이 밤새도록 북적거렸던 일은 추억으로 남은 지 오래다. ◇수수료율 인하가 태풍의 시작=증권업계의 찬바람은 90년대 말 이후 수수료율 인하 경쟁에서 촉발됐다. 증권사 수입 가운데 위탁매매 수수료가 55%, 수익증권판매 수수료는 14%로 전체 수입의 69%에 달하다 보니 수수료 인하는 증권사의 수익성에 막대한 타격을 입힌 것. 실제 평균 주식거래 수수료율은 지난 99년 거래 대금의 0.33%에서 지난해 0.16%로 절반으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증권산업은 주식 거래량에만 목매는 천수답 신세로 전락했다. 지난해의 경우 42개 증권사는 순이익이 467억원으로 1년 전보다 95.3% 줄었고 13개 국내 증권사가 적자를 냈다. 더구나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시장 간의 영역이 허물어지고 있는데다 투자은행 등 이른바 ‘돈이 되는’ 분야는 외국계가 시장을 장악하면서 국내 증권산업의 위기가 증폭되고 설 자리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시장 활황 속에 증권사 직원들의 ‘탈(脫) 여의도’ 바람이 거센 것도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협회 가입 41개 증권사의 임직원 수는 지난 4월 현재 2만8,800명으로 2003년 3월말(3만4,500)에 비해 2년 만에 6,000명 가량이나 줄었다. 올 들어서도 1,500명 이상이 증권계를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증권사들이 영업력 확충을 위해 신규 채용 등을 통해 ‘젊은 피’를 수혈하고 있지만 퇴직자수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정글의 경쟁’ 불가피= 문제는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것. 최근 LG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대한투자증권 등 몇몇 증권사가 인수 및 합병됐으나 이는 정부나 채권단 주도로 이뤄진 것에 불과하다. 자발적인 구조조정은 아직 멀었다는 얘기다. 오히려 국내 증권사 수는 지난 97년 36개에서 올해 42개사로 오히려 6개사나 늘었다. 국내 증권사의 한 임원은 “업무유사성으로 합쳐봐야 실익이 없는데다 올들어 증시 활황으로 수익성이 조금 나아지자 구조조정 얘기가 쏙 들어갔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한국증권업협회가 국내외 55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구조조정의 가장 큰 걸림돌로 국내 증권사(51.5%)와 외국계 증권사(68.2%) 모두 ‘업무 유사성’을 꼽았다. 주식 중계에 의존하는 ‘붕어빵 경영’을 하다 보니 합쳐도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증권산업이 무한경쟁 체제로 바뀌면서 생존을 위해서라도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LG경제연구소는 “증권사 수익성 악화, 외국 증권사의 약진, 정부의 규제 완화 및 구조재편 정책, 대형 증권사 중심의 새 수익모델 발굴 노력 등의 여파로 구조조정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20~30년 전 미국ㆍ영국 등에서 보듯 경영 환경 급변에 대응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지난 75년 수수료 자유화 등으로 경쟁이 격화되면서 상위 20대 증권사(지난 80년 기준) 중에서 메를린치 등 단 3개사만이 93년까지 살아 남았다. 김범석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은 “정부의 규제 완화 등으로 과거처럼 천편일률적인 사업 모델로는 성공할 수 없다”며 “수익률이 나쁜 기업은 도산하거나 합병되는 등 앞으로 ‘정글 같은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화ㆍ전문화로 ‘블루오션’ 시장 찾아야= 전문가들은 위기의 증권산업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대형 투자은행(IB) ▦틈새시장 공략 ▦전문증권회사 등 각 업체 실정에 맞는 생존 전략을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도성 증권연구원 원장은 “자본 시장 육성을 위해 IB 역할을 적극 수행할 수 있는 대형 증권사 육성이 중요한 과제”라며 “중소형사들도 기존의 위탁매매 중심의 수?구조와 가격경쟁에서 탈피, 특화 IB로 발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규 IB시장으로 ▦국가전략 산업 및 공공사업 자금조달 ▦중국기업의 한국 상장 ▦중국 사회간접자본(SOC) 구축 자금조달 ▦중국 부실채권 인수 등을 제시했다. 조성훈 증권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새로운 상품과 업무ㆍ시장을 개척하는 ‘블루오션’ 전략의 채택이 필요하다”며 “기업금융과 자산 운용업을 양대 축으로 하는 투자은행 형태의 대형 증권사의 출현이 시급하며 중소형사는 특화전략과 함께 아웃소싱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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