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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지분경쟁 타협으로 풀어야
입력2003-12-21 00:00:00
수정
2003.12.21 00:00:00
김문섭 기자
SK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현 경영진과 외국인 대주주간에 지분경쟁이 날로 가열되고 있다. 지난 4월 외국의 투기펀드인 소버린 자산운용이 SK의 지분 14.99%를 은밀히 매집, 제1대주주가 됐을 때 이미 이 같은 분쟁은 예고 됐었다. 의결권 행사를 위한 6개월 보유기간이 경과한데다 내년 3월 정기주총을 앞두고 외국인 주주측이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다. 소버린 측은 그 동안 투자목적에 대해 `장기투자ㆍ경영감시` 등이라고 밝혔는데 이번에 `경영권 확보`가 본래 의도였음을 명확히 드러냈다고 하겠다.
SK가 중심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에너지수급 사업은 국가 기간 산업이다. 어느 기업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할 기업이다. 더욱이 단기 주식매매차익을 노리는 외국의 헤지펀드에 의해 경영권이 좌우돼서는 안 되는 기업이다.
그 점에서 SK넥트웍스의 채권단과 기타 국내 기관투자가 등 우호세력들이 SK의 백기사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나 국내의 소액 주주들이 소버린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것은 바람직하다. 지금 SK외에도 은행ㆍ보험ㆍ투신ㆍ카드회사 등이 외국인 투자가에 경영권이 넘어갔거나 위협을 받고 있어 금융주권의 상실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관투자가와 소액 주주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외국의 투기펀드가 기간산업의 경영에까지 간여하고 나선 것에 대한 경각심의 표시라고 할 수 있다.
소버린은 처음 SK주식을 매집 할 때부터 우리 제도의 허점을 낱낱이 파악해 이용했다. 출자총액제도와 전기통신사업법은 가장 유효 적절하게 이용됐다. 분식회계 사건으로 경영권이 흔들리는 시점을 공격시점으로 선택한 것에서부터, SK계열사 보유 SK주식이 출자총액규제로 의결권이 없다는 점을 간파한 것, 소버린이 보유지분을 14.99%에서 정지시키고 있는 것도 전략적 판단의 결과다. 출자총액제도는 이번 지분경쟁에서 조차 외국인에겐 유효한 카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소버린이 지분의 5% 이상 매각해 SK가 외국인투자기업에서 제외될 경우 대주주의 의결권이 다시 제한을 받게 돼 대주주인 최태원 회장의 의결권은 15.93%에서 6.47%로 낮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국내기업의 해외매각과 관련해 그 동안 국내자본 및 국내 기업들에 대한 역차별의 문제가 수없이 제기 됐다. 기업이 경영권방어에 신경을 쓰게 되면 정상적인 경영이 어렵고 불필요한 비용의 지출을 초래한다. 정부는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기업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관련제도의 허점을 시급히 보완해야 할 것이다.
소버린 측은 한국의 은행들이 SK의 백기사를 자임한 것이나 소액 주주들이 지지를 철회한 이유를 심사 숙고해야 하리라고 본다. 경영권을 노리기 보다는 경영능력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 바른 순서라고 여겨진다. 이번 경영분쟁이 그런 방향에서 원만히 타결되기 바란다.
<김문섭기자 cloone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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