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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유럽 근대화 촉진시킨 리스본 지진

■운명의 날(니콜라스 시라디 지음/에코의 서재 펴냄)


1755년 11월 1일 오후 9시 30분. 포르투갈 리스본의 대성당에 울려퍼진 성가대의 합창소리가 엄청난 굉음에 뒤덮였다. 최소 2만 5,000명이 목숨을 잃은 대지진이다. 정치ㆍ경제ㆍ산업 분야의 중요시설물이 파괴돼 도시의 기능을 상실하면서 800년 리스본 역사는 3분만에 사라졌다. 이전에도 수많은 지진은 일어났지만 유럽인에게 리스본의 지진은 달랐다. 18세기 유럽 최고의 도시이자 독실한 신앙의 도시였던 리스본은 브라질에서 동아시아에 이르기까지 넓은 지역의 식민지를 거느린 제국의 정신적ㆍ행정적 중추였다. 리스본 지진은 비극으로 그치지 않았다. 건축비평가인 저자는 리스본 지진으로 유럽의 근대화가 촉진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리스본 지진을 계기로 출간된 볼테르의 계몽주의 소설 '캉디드'는 유럽 전역에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계몽사상과 과학적 사고방식을 사회 전 계층으로 전파시켰다. 또 근대적인 도시 건설을 완성하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리스본은 '폼발 조사'(당시 리스본의 영웅이었던 후작 폼발, Pombal에서 따옴)라 불리는 근대적 재난 피해조사를 거쳐 신도시를 건설했다. 그 과정에서 지진학 관련 연구가 시작되고 자연과학 이론들이 만들어졌다. 책은 리스본 지진으로 지성계와 시민계급이 각성해 교권과 왕권에 대항해 투쟁을 하면서 근대 도시가 탄생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저자는 지식인들과 평범한 사람들이 식민지 착취에 의존한 경제 기반과 마녀재판이 횡횡하던 신정국가에 대한 병폐를 지적하는 등 계몽주의 사상이 태동된 과정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인간에 대한 의식도 새롭게 바뀌었다. 신의 징벌로 여겼던 재앙을 자연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인간의 자유의지를 믿기 시작한 것이다. 책은 자연 재앙에 주저앉지 않고 주체적이고 긍정적으로 재해를 복구하고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낸 인간의 진취적 발자취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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