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떡궁합이 될 것처럼 보였던 권오규 경제부총리 내정자와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이 12일 청문회장에서 뚜렷한 시각차를 보여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청문회 첫 질문자로 나선 강 의장이 성장 전망에 대해 물었다. 강 의장은 “올 하반기 이후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5% 안팎)을 밑도는 4%대에 그치고 내년에도 경기하강세가 이어져 상반기 성장률이 4%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의장은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하지 않겠다는 표현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침체되면 부양시키고 과열되면 진정시키는 게 거시정책이며 부양은 인위적인 노력을 얘기하는 것”이라며 “경기가 나쁠 때 의도적으로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의장은 체감경기가 바닥으로 떨어진 만큼 적극적 경기부양을 통해 잠재성장률보다 1~2%포인트 높은 6%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내정자의 답변은 강 의장의 의도와는 상당히 어긋나는 방향으로 나갔다. 권 내정자의 시각은 상당히 낙관적이었다. 권 내정자는 “나는 조금 생각이 다르다”고 운을 뗀 뒤 “잠재성장률을 벗어나는 성장을 하면 반작용이 생길 수 있고 그 다음에는 잠재성장률 아래쪽으로 벗어날 수 있다”며 “잠재성장률을 벗어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기전망 전체를 조망하면서 “올 하반기가 4%대 후반이지만 연간으로는 잠재성장률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안정적 성장세가 지속되고 내년에도 상반기 성장률이 5% 미만에 그치겠지만 연간 5% 성장률이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내정자는 “현 상황이라면 잠재성장률 경로를 따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장은 권 내정자의 용어선택에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강 의장은 “인위적 경기부양을 않겠다는 표현보다 무리한 경기부양정책은 쓰지 않겠다는 표현이 좋겠다”고 권고했다. ‘경기부양’이라는 말 자체에 거부감을 드러낸 권 내정자의 ‘어법’에 불만을 표시한 것. 그럼에도 권 내정자는 “거시정책의 중요한 요소는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이라며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주거나 지나치게 확장적으로 경제를 운용할 것처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당연히 체감경기에 대한 ‘온도차’도 뚜렷했다. 강 의장은 국내총생산(GDP)과 국민총소득(GNI)간의 극심한 괴리로 체감경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 게 엄살이 아니고 사실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권 후보자는 내년에 유가가 안정되면 GNI가 다소 올라 체감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과거 경제기획원(EPB) 시절의 끈끈한 상하관계로 인해 ‘환상의 복식조’라는 세평은 이날 청문회 모습만 보면 무색해질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 모두 가급적 말을 에둘러 표현하고 공통의 인식을 공유하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듯한 모습도 보였지만 정책기조를 둘러싼 당ㆍ정간의 갈등이 예사롭지 않을 수도 있음을 드러낸 셈이다. 강 의장은 “정부가 노력을 안해도 연간 성장률이 5%가 될 것이라는 무성의하고 안이한 느낌을 주지 않도록 유의해달라”고 지적하고 권 내정자는 “각별히 유념하겠다”고 답변, 논란이 더 이상 이어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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