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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제조업 신사업에 길 있다] <5> 여전히 부족한 정부의 신사업 지원

바이오 법인세율 한국>싱가포르>아일랜드… 파격적 혜택 절실


조세감면 기간도 5~7년으로 싱가포르의 절반

IoT 인프라·핀테크는 까다로운 법규에 발목

규제 네거티브로 바꾸고 원샷법 통과 서둘러야


'15대7'.

바이오제약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는 한국과 싱가포르의 차이를 나타내는 숫자다. 바이오제약 산업에 대해 싱가포르는 길게는 15년까지 조세를 감면해주고 있지만 한국은 5~7년에 그친다. 법인세율도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싱가포르가 17%를 적용하는 반면 한국은 24.2%에 달한다. 양국의 기업이 같은 돈을 투자해 바이오제약에 뛰어들 경우 싱가포르 기업은 저만치 앞서 출발하는 셈이다.

'사물인터넷(IoT)'은 제조업이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로 여겨지면서 글로벌 기업은 물론 미국과 독일·중국 등 주요국이 정부 차원에서 육성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올해 IoT 관련 예산은 전체 과학기술·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0.6%에 불과하다. 특히 신성장동력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제도 대상에도 빠져 있는데 심사주기(1~2년)가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세계경기침체와 국가 간 경쟁 격화로 경고등이 켜진 한국 제조업. 이를 타개하기 위해 바이오 산업이나 IoT 같은 신사업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아직도 낡은 규제와 소극적인 정부지원 등 척박한 국내 환경은 기업들의 새 먹거리 탐색과 투자, 인수합병(M&A)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국 제조업의 위기가 닥쳐올 미래가 아닌 현실이 된 상황에서 정부가 파격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 2010년 바이오 산업 육성을 발표한 후 바이오시밀러(복제약)를 개발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생산하는 바이오로직스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SK그룹도 SK바이오팜과 SK케미칼 등을 통해 바이오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등 주요 대기업이 바이오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바이오신약 개발까지 길게는 십수년이 걸리고 이를 양산하는 공장을 지어 국제규제기관의 인증을 받기까지는 또 5년이 걸린다. 대규모 자본을 장기간 투자해야 한다는 점에서 바이오 산업이 성공하기까지 기업의 탄탄한 자금력과 인내심 외에도 정부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바이오제약 분야 주요 경쟁국인 싱가포르나 아일랜드에 비해 국내 지원은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아일랜드만 하더라도 법인세율이 12.5%로 싱가포르보다도 낮고 R&D 투자 세액을 공제하고 있다.

바이오 전문인력 양성 부문에서도 경쟁국들은 앞서나가고 있다. 한국은 생명과학 분야 생산인력 부족을 겪고 있지만 싱가포르는 전액 국비로 18개월간 대졸 생산인력을 육성해 기업에 공급하고 있으며 아일랜드 역시 정부가 전문인력을 체계적으로 길러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작용은 적고 효능은 높은 바이오의약품은 탄탄한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높은 관심이 필요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IoT의 경우 기업과 정부·학계 모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인프라나 기술력, 정책지원 등은 낙제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의 제조업과 IoT 융합점수는 48.3점에 그쳤고 IoT 활용기술과 R&D 자금지원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성장이 둔화된 국내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려면 IoT 융합을 촉진할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사업·융복합사업 활성화를 위해 포지티브 방식의 규제를 네거티브로 바꾸자는 것도 재계의 오랜 숙원이다. 포지티브 규제는 열거된 것만 허용하고 나머지를 금지하는 반면 네거티브는 일부만을 금지하는 식이다. 금융과 기술을 결합한 핀테크나 ICT·자율주행차·헬스케어 같은 신사업들은 우리나라의 포지티브 규제 때문에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대표적인 산업 분야다. 예를 들어 전자화폐의 경우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500개 이상 가맹점 △구매 가능 품목 5개 이상 등 범용성 기준을 만족해야 해 소규모 자본력을 가진 신생기업들은 넘보기 쉽지 않다. 한국에 자율주행차는 자동차관리법, 헬스케어는 의료법 등의 까다로운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어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0일 규제개혁 7대 원칙을 발표하며 네거티브 방식을 우선 고려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지만 얼마나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부실사업을 빠르게 정리하고 새 사업에 진출하도록 돕는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도 7월 발의된 뒤 여전히 국회 통과 여부가 불확실하다. 원샷법은 기업에 세금과 금융·법률지원을 통해 M&A로 사업을 재편할 기회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철강과 조선 등 공급 과잉을 겪고 있는 업종에는 필수적인 법안이다. 일본의 경우 1999년 원샷법과 비슷한 산업활력법을 만들어 기업의 사업재편을 지원해 최근 제조업 부활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이 주춤하고 있는 동안 미국과 일본·중국 등은 기업의 R&D 지원을 강화하고 세제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제조업을 일으켜세우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은 국내 제조업 육성을 위해 국산품 애용 등에 나서고 있으며 일본은 엔화 약세로 얻은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재기에 나섰다. 중국은 국가적으로 자동차와 조선·철강·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산업을 육성하며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 간 제조업 경쟁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의 파격적이고 적극적인 정책지원이 요구된다고 재계는 한목소리를 낸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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