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비 처리·세금 탈루 여지 등 '법인차' 세법개정안 허점 남아
고가 다운사이징 차량 느는데 배기량 기준 과세는 제자리에
사고 지급 보험금 국산차의 3배… 보험사기 급증 원인으로 꼽혀
급증하는 수입차 시장과 달리 정작 제반 제도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곳곳에서 볼멘 소리가 나온다.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해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해치지 않으면서 현실에 맞는 제도가 갖춰질 수 있도록 성숙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무늬만 법인차 막을 수 있나=현재 도로를 달리는 수입차 10대 가운데 4대가 법인차량이다. '무늬만 법인차'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정부는 임직원 전용보험에 가입할 경우 50%의 비용을 기본 공제하고 운행일지를 작성할 경우 최대 50%까지 추가 공제해주는 세법개정안을 발의했다. 수입차 외관에 회사 로고를 부착하면 100% 허용하는 내용도 담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억원대 차량까지 임직원 전용보험에 들면 50%를 손비 처리해주는 개정안이 형평성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외에도 허점은 많다. 회사 소유주 가족이 임직원으로 허위 등록할 경우 여전히 세금탈루의 여지가 있다. 보험가입 요건만 갖추면 손비처리가 허용되기 때문에 사적 사용을 방지하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심도 여전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법을 개정하는 것이 형평성 측면에서는 맞지만 오랫동안 유지돼온 현행법을 바꾸기 위해서는 생계형으로 차량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누리던 혜택이 사라지지 않도록 오랜 논의를 거친 숙성된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배기량 vs 가격 이분법 사라져야=배기량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해온 기존 방식에 대한 논의도 뜨겁다. 50년 전에 만들어진 자동차세 과세표준은 '차량 가격과 상관없이 배기량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최근 다운사이징 등으로 배기량은 작지만 더 높은 출력과 비싼 가격의 차가 다수 출시되면서 오히려 고가 차량 소유자가 자동차세를 적게 내는 역전현상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환경이나 도로에 더 큰 부담을 주는 대형 자동차에 더 많은 세금을 물리는 자동차세를 가격 기준으로 산정할 이유는 없다는 반발도 있다. 현재 얼마 되지 않는 경차 혜택이 사라질 우려도 있어 무조건 가격에만 기준을 맞출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미국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오로지 가격에 초점을 맞춘 자동차세 부과 방식을 운영하는 곳이 없다. 업계는 "가격과 배기량을 융합한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며 "고가의 친환경차까지 배려한 절충한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비현실적인 보험료·렌트비도 문제=수입차 사고가 나면 지급되는 평균 보험금은 국산차의 3배 이상이다. 사고자 부담 원칙에 따라 내는 보험료가 그만큼 많아야 하는데 실제로는 2배도 되지 않는다. 실제 메르세데스벤츠 C200(4,890만원)과 기아 K9(5,330만원)의 수리비를 비교하면 C200이 K9보다 4.3배 비싸다. 반면 보험료는 1.1배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보험제도를 악용해 고의로 수입차 충돌사고를 일으켜 보험회사로부터 거액의 수리비를 받는 보험사기도 급증하는 상태다. 지난해 손해보험을 통한 자동차 보험사기 적발액은 전체 보험사기 적발액의 50.2%를 차지한다. 높은 수입차 렌트비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수입차의 렌트비는 평균 국산차보다 3.6배 높다. 렌터카 이용료가 국산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고 수리기간도 길어 가격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박재원기자 wonderful@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