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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북핵 악재에 1900선 위태… 돈 안전자산으로 빠르게 이동

국내외 채권형펀드에 하루동안 5281억 유입

금가격 꾸준히 오르고 거래량 2배 가까이 늘어

불안감 커져 MMF 등 단기상품에 돈 더 몰릴 듯


중국 증시 폭락과 북한 핵실험 등 주식시장을 짓누르는 악재가 연이어 터지자 국내 투자자금이 빠르게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채권형 펀드에는 큰손들의 뭉칫돈이 유입되고 있으며 금 거래도 크게 늘어났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하루 동안 국내외 채권형펀드(상장지수펀드 제외)에는 총 5,281억원이 유입됐다. 특히 고액자산가들이 주로 투자하는 사모 채권형펀드에 5,069억원이 들어오면서 전체 채권형펀드 유입액의 96%를 차지했다. 반면 같은 날 주식형펀드에는 811억원이 유입되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대부분 공모상품에 몰린 것으로 사모 주식형펀드에서는 오히려 6억원이 빠져나갔다. 이미 시장의 큰손들은 연이은 대외 악재에 주식시장이 고꾸라지자 채권형으로 자금을 신속하게 옮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국고채 금리도 일제히 내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1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1.598%로 0.003%포인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1.780%로 0.008%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20%포인트 내린 연 2.015%에 마감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 가격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금 시장에서 7일 기준 금 1g당 가격은 4만1,640원으로 전일보다 290원(0.70%) 올랐다. 올해 들어 나흘 연속 상승세다. 이날 거래량도 1만2,680g으로 전날(7,550g)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같은 안전자산의 강세는 국내 증시가 대외 악재로 극도로 불안한 탓이다. 유가증권시장지수는 올 들어 두 차례의 중국 증시 폭락과 북한 핵실험 등으로 56.80포인트 떨어지면서 이날 1,900선까지 주저앉았다. 반면 이날 3년 국채선물은 전일 대비 1틱 상승한 109.70을 기록했다. 중국 증시가 7% 이상 급락하면서 거래가 완전히 중단되자 10년 국채선물은 장중 39틱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또 올 들어 머니마켓펀드(MMF)에는 이미 6조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되는 등 불안한 증시에 갈 곳 잃은 자금 중 일부가 단기 투자상품으로 몰리기도 했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MMF에 연초 증권사나 보험사 등 법인 자금이 몰리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개인 MMF 잔액이 2,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것은 증시에 대한 불안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라며 "국내외 경제 변동성이 더 커지면 단기 투자상품으로 자금이 더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전문가들은 당분간 금리하락 기조와 중국 위안화 약세 등으로 안전자산의 가격이 지속적인 강세를 보이면서 투자자금의 이동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증시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낮다고 해도 국내 증시는 지난 4·4분기 실적 우려 등으로 상승 모멘텀을 찾기 어렵다"며 "연초에 소비 여력이 많이 떨어졌고 금융시장 변동으로 금리 인하 기대감이 다시 커질 수 있어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안전한 투자 대안"이라고 말했다.



특히 채권은 금리 수준 부담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기둔화 우려에 따라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슬비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세계 경기 둔화 우려 등에 따라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며 "특히 부진한 경기지표와 높은 증시 변동성으로 오는 3~4월에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국내 채권의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안전자산 선호 속에 금 가격의 반등 국면도 지속될 것으로 봤다. 손재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중국발 경착륙 우려와 금융 불안이 글로벌 증시 변동성을 확대시킨다면 금은 안전자산으로서의 매력을 발휘하는 상승세를 전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사우디·이란 외교 단절에서 시작된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도 금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손 연구원은 이어 "대개 금 가격은 달러화 가치가 상승할 경우 하락하는데 시장 불안정성으로 인해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될 경우 달러화 함께 안전자산의 영역에서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연초 금 가격은 달러화 강세와 동반하는 상승 흐름을 연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성호·박민주기자 parkm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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