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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구조조정 미룬채 부실 키우다 스스로 무너진 샤프

일본 대형 전자업체인 샤프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대만 기업의 품에 안길 처지에 몰렸다는 소식이다. 샤프 이사회가 고심 끝에 대만 폭스콘에서 제시한 약 7,000억엔(7조7,000억원) 규모의 지원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자 일본 열도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며 큰 충격에 빠졌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샤프는 104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으로 한때 일본 기술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기도 했다.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샤프펜슬이나 전자수첩 등 숱한 1호 제품을 쏟아냈던 게 바로 샤프였다. 잘나가던 샤프가 순식간에 무너진 데는 시대변화를 제때 읽지 못하고 구조조정을 미루면서 스스로 부실을 키운 측면이 크다. 과거의 영광에 취해 있던 경영진은 안이한 판단으로 중소형 액정표시장치(LCD)와 백색가전만 고집하면서 사업재편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았다. 시장에서는 일찍이 부실공장 폐쇄나 LCD사업 분리 등 과감한 경영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기껏해야 비용절감 수준의 대증요법에 머물렀을 뿐이다. 파나소닉이나 히타치 등 다른 전자업체들이 엔저라는 호기를 타고 활발한 구조조정과 전략사업 집중을 통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과는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는 셈이다.

일본 정부가 기술유출을 우려해 샤프를 감싸고 돌았던 책임도 크다. 은행권은 샤프가 일본 경제에 무시할 수 없는 기업이라며 퍼주기식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국부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는 막판까지 금융지원을 약속하며 과감한 개혁을 주저하게 했다. 삼성의 지원을 끝내 거부하게 만든 것도 일본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샤프의 몰락이 우리 산업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당장 발등의 불로 떨어진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 자멸할 뿐이라는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라는 것이다. 정부 지원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도 하루빨리 정리해야 한다. 그런데도 당국은 말로만 구조조정을 부르짖을 뿐 총선을 앞두고 전혀 속도를 내지 못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100년 동안 종신고용을 지켜왔던 샤프는 이제 폭스콘에 젊은 직원들이라도 고용을 보장해달라고 애걸복걸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조만간 닥쳐올 일이 아닐까 두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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