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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에서 굵직한 이슈가 연이어 터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춤을 추고 있다. 이 때문에 환율 변동성은 지난 2013년의 '테이퍼 탬트럼(긴축발작)' 때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확대됐다. 하루에도 10원씩 널뛰기하는 환율은 가뜩이나 힘든 기업들에 또 다른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 2월 일평균 환율 변동률(금일 종가 대비 전일 종가)은 0.47%를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시사하며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을 친 2013년 2·4분기(0.42%), 3·4분기(0.37%)보다 높다. 환율 변동률은 지난해 3·4분기 0.51%로 유럽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1년 4·4분기(0.64%) 이후 최대치를 경신하고 4·4분기에도 0.47%를 나타내는 등 갈수록 커지고 있다. 2월의 18거래일 중 일간 환율 변동폭이 10원 내외인 날도 5거래일이나 됐다.
이처럼 환율 변동성이 커진 것은 평소의 국제금융시장이라면 몇 년에 한 번 나올 만한 사건들이 최근 몇 달 사이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미국이 9년반 만에 처음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했으며 중국 증시 급락세는 올해 들어서까지 계속되고 있다. 1월에는 헤지펀드계의 대부인 조지 소로스가 위안화 절하에 베팅하면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을 키웠으며 월말에는 일본은행(BOJ)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했다.
내부적으로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검토, 중국의 경제보복 가능성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변동성을 키웠으며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여기에 한몫했다.
환율 변동성 확대는 기업들의 경영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크다. 홍성철 중소기업연구원 전문위원은 "대기업은 환율 변동성에 탄탄한 대비를 해놓은 상태여서 악영향이 덜하지만 중소기업은 대부분 준비가 안 돼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환율 변동성이 작은 국면이라면 중기는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언제 환전하든지 환차손 우려가 낮다. 반면 환율이 하루에만 10원씩 오르내린다면 환전 시점에 따라 수익이 크게 뒤바뀔 수 있다. 예컨대 수출대금 100만달러를 환전하려는 중기가 환율이 달러당 1,000원일 때 원화로 환전했지만 높은 변동성으로 다음날 환율이 1,010원으로 상승하면 앉은 자리에서 1,000만원의 손해를 입는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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