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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생산·소비·투자 등 3대 실물경기지표가 모두 금융위기 수준의 기록적인 낙폭을 기록했다. 수출이 14개월 연속으로 줄면서 역대 최장기간 감소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부진한 가운데 '내수절벽'이 현실화하면서 한국 경제가 깊은 수렁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한국호를 이끌었던 경제원로들은 올해 정부가 목표로 세운 3% 성장은 고사하고 2% 아래로 추락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게다가 총선이 불과 40여일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등의 적극적인 정책을 동원하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이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전체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1.2% 감소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연속 하락했던 전체 산업생산은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 등으로 12월 들어 1.3% 반짝 반등했지만 한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3대 실물지표가 모두 기록적인 낙폭을 보였다는 점이다. 전체 산업생산 하락폭은 지난해 1월(-1.6%) 이후 최대 수준이다. 소비와 투자도 줄줄이 하락하며 경기불황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소매판매는 1.4% 감소하면서 메르스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6월(-2.4%)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투자는 6% 급감해 2014년 8월(-7.3%) 이후 1년5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수출이 안 되는 상황에서 생산을 한꺼번에 줄이지 못하다 보니 재고도 쌓이고 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2.6%로 전달보다 1.1% 하락했는데 2009년 4월(72.5%) 이후 최저치다. 반면 제조업 재고율은 128.4%로 전달보다 7.8% 올라 2008년 12월(129.5%)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요 실물지표가 모두 바닥까지 추락하자 정부 안팎에서는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서라도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이대로 가다가는 올해 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성장궤도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단기적으로 재정·통화정책을 총동원해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 추경 편성, 금리 인하는 필수"라고 말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도 "연초만 어려운 게 아니라 일년 내내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며 "경제 전반에 과감한 구조개혁이 이뤄져야 하는데 총선이 눈앞이고 정권 말이라 추진동력이 떨어져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세종=김정곤기자, 조민규기자 mckid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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