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산티아고델에스테로주(州) 이바라군(郡)에 위치한 ‘야따마우까’ 농장. 서울 여의도 면적의 72배인 총 2만 882㏊에 달하는 면적의 이 농장은 놀랍게도 우리 국유지다. 지난 1978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농업 이민과 식량 증산을 위해 사들였다. 그간 이 농장은 토질 문제와 주변 인프라 부족 등으로 개발이 보류돼오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간다. 이 중심에는 한국농어촌공사가 있다.
농어촌공사는 농장 전체 면적의 절반이 넘는 1만3,000㏊를 개발해 여기서 나오는 농축산물을 현지에 직접 판매한다는 밑그림을 짜고 현재 아르헨티나 정부와 막바지 협의 중이다. 이 개발계획이 완성되면 농지개발에 따른 농기계 수출 등 연관 산업 진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올해 개발 사업에 착수하면 40~50년간 축적된 농공기술을 발휘해 수익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야따마우까 농장 개발은 농어촌공사가 벌이고 있는 민관협력사업(PPP·Public Private Partnership)의 메커니즘을 잘 보여준다.
민관협력사업은 정부와 민간이 개발도상국에 동반 진출해 윈윈(Win-Win)하는 구조다. 가령 농어촌공사는 저수지 등 수자원 개발, 관개배수시설 등 농업 인프라 개발을 주도하고 민간은 이런 인프라 개발에 따른 각종 사업 수주를 비롯해 농장운영 및 비료, 판매·유통, 농기계, 종자, 식품가공 등 농업 분야 전후방산업에 두루 진출하게 된다. 통상 이런 민관협력사업은 주로 곡물이 부족한 나라에서 이뤄진다. 이런 나라들은 농지개발 기술이 부족해 곡물자원 확보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농어촌공사는 그간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소위 곡물 수확을 위한 농지개발계획 등 청사진을 구상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른바 ‘머리’를 빌려주는 ‘기술수출형’ 사업이라 큰 자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사업비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이나 세계은행(WB) 등의 차관자금 등에서 충당된다.
농어촌공사는 올해도 야따마우까와 같은 전후방 산업 연계 농산업 수출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가나 아크라 평원, 미얀마 농업농촌종합개발, 칠레 농장 등이 올해 기대하고 있는 사업들이다. 야따마우까가 국유지인 데 비해 이런 사업들은 모두 장기로 토지를 임대해 사업을 추진하는 점이 다르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아시아·아프리카 국가에서는 공사가 반세기 동안 이룩해온 농업 인프라 구축과 농촌개발에 대한 기술 신뢰도가 높다”며 “이 국가들은 우리의 기술을 자기 나라 농업·농촌에 접목하기를 희망하고 있어 사업화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농어촌공사가 진행하고 있는 방조제 구축 사업 등도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
인도 뭄바이 배후 지역의 물 부족을 막기 위해 30㎞에 이르는 방조제를 만드는 ‘칼파사르’ 방조제 사업을 비롯해 아시아 곳곳에서 방조제 관련 프로젝트가 진행 중에 있다. 과거 새만금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농어촌공사의 기술력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방조제 사업들은 설계를 농어촌공사가 담당하기 때문에 후속 사업 수주 등에서 건설업체, 발전소, 부품·기자재 업체 등 국내 기업들도 사업 참여가 전망된다. 칼파사르 방조제 사업의 경우 바닷물을 막아 생긴 간척지에 도로와 발전소 등을 건설해 부대사업까지 합치면 사업 규모가 최대 24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설계 사업을 수주해 연관 기업에 해외로 뻗어 나갈 기회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 개발도상국 등에서 농업·농촌개발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농어촌공사에 협력을 요청하는 사례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민간이 하기 힘든 인프라 분야에 진출하고 공기업으로서 외국 정부의 신뢰가 높은 점 등은 농어촌공사의 경쟁력”이라며 “앞으로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 확대를 도울 수 있도록 해외 사업에 더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