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 출시에 힘입어 베트남 펀드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베트남의 경제와 자본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다 올 들어 베트남 증시가 크게 오른 덕분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들에 투자할 때 한 국가에만 투자하는 ‘싱글투자’보다 여러 국가에 동시에 투자하는 ‘멀티투자’가 안전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세안 국가들의 시장 규모가 그리 크지 않고 대내외 이슈들에 취약해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멀티투자를 통해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3일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지난 2월 출시된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 펀드에 최근 한 달간 153억원이 몰렸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서 197억원가량이 빠져나간 것과 비교하면 큰 인기다.
베트남 펀드의 인기는 베트남 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VN지수는 올해 1월21일 521.88까지 추락했지만 최근 상승해 590대까지 올랐다. 이달 2일에는 598.37포인트까지 올라 600포인트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시장전문가들은 베트남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신흥국 중 한 국가에 자금을 집중하는 전략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오온수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팀장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높은 성장잠재력을 갖추고 있지만 정치불안 등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들이 많아 특정 국가에 대한 집중투자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며 “2014년 태국에서는 쿠데타가 발생해 증시가 흔들렸고 말레이시아는 석유화학 의존도가 높아 유가 영향이 지나치게 크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베트남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약 70조원으로 삼성전자 한 종목에도 훨씬 못 미칠 정도로 규모가 작기 때문에 미세한 충격에도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 펀드를 출시한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쏠림현상을 경계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 관계자는 “채권, 선진국 주식 등 다른 자산에도 투자하면서 베트남 펀드도 추가하는 투자전략으로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개별국가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의 설정 기간이 대부분 1년 안팎으로 짧아 중장기 성과를 검증할 만한 데이터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 2007년 출시돼 그나마 설정 기간이 긴 ‘NH-CA인도네시아포커스’의 경우 6개월 수익률은 5.91%로 양호하지만 5년 수익률은 -11.93%로 부진하다.
전문가들은 한 국가에 ‘몰빵’하기보다 분산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라고 조언한다. 이종훈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주식운용팀장은 “복수의 동남아시아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한 국가에 리스크 요인이 생기면 다른 국가의 비중을 높이는 식으로 위험을 분산한다”며 “싱가포르 같은 선진국과 신흥국 베트남 등을 섞어 자산배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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