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방산’ 하면 ‘비리’부터 연상됐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방산’하면 ‘K방산’이 자동적으로 연상될 만큼 우리의 주력산업으로 급부상했다는 평가가 이상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를 더욱 발전시키려면 수출금융 확대가 필수라는 조언이다.
장원준 전북대 방위산업융합과정 교수는 1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제1회 국방방산전략포럼에서 “향후 방산 수출의 성패는 수출금융에 달려 있다”며 수출금융을 새 정부의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올해 총 200억~250억 달러가량 방산 수출을 달성하면 20조~25조 원 상당의 수출금융이 필요하다”며 “폴란드로의 K2 전차 수출은 수출금융이 뒷받침됐지만 완전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달 초 무역보험공사와 한국수출입은행은 K2 전차 2차 수출에 관해 전체 계약액의 약 80%인 7조 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공적 금융기관의 지원에는 한계가 있어 향후 대형 방산 수출을 염두에 둔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방산 계약은 정부간계약(G2G)이 대부분이고 수출 규모가 커 수출국에서 저리의 정책 금융·보증·보험이 필수로 꼽힌다. 장 교수는 미국의 해외군사재정지원제도(FMF)를 모범 사례로 들었다. FMF는 미국 무기를 수입하는 나라에 원조·차관 등을 지원하는 제도로 이미 1967년 도입됐다. 1970년대 중동에서 프랑스 무기 열풍이 불었던 배경에도 프랑스 정부와 민간 금융기관들의 수출금융 협력이 있었다. 장 교수는 “수출금융을 40조~50조 원까지 늘리고 방산 전용 금융기금 운영도 필요하다”며 “특히 일반 시중은행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 교수는 K방산의 구조적 문제점이 더 심화되기 전에 극복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K방산 수출은 증가하고 있지만 양극화도 상대적으로 심해지고 있다”면서 “수출이 100% 이상 늘어나는데 내수 성장은 1.2%에 그친다거나, 대기업들은 매출이 늘어나는데 중소기업은 체감하지 못하는 등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방산 공급망에 소재 부문이 여전히 비어 있다는 점, 비수도권 방산 기업들의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는 점 등도 문제로 지목됐다. 장 교수는 창원·구미 등지의 방산 클러스터 고도화 및 중소기업 연구개발(R&D)·수출 지원 확대 등을 해답으로 제시했다.
인공지능(AI), 우주과학 기술, 드론 등으로 인해 전쟁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경로로 빠르게 첨단기술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일례로 2015년 신설된 미 국방부 산하 국방혁신단(DIU)은 팰런티어, 안두릴 등 방산 유니콘 기업들과 밀접하게 협력해왔다. 우크라이나 디지털부 산하의 브레이브1은 수 주에서 수개월 내에 실전 투입할 수 있는 드론, 전자전·사이버전 장비 개발을 맡고 있다. 장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민군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가운데 1~2개월 내 신속 개발해 쓰는 체제로 전환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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