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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판 통해 한국시장 진출한 샤오미…‘대륙의 실수’ 반도에서 성공할까

이준석 코마트레이드 대표가 서울 여의도동 서울마리나에서 샤오미 국내 총판 계약 체결을 발표하고 있다.




아이폰의 ‘카피캣’으로 시작해 일약 ‘괴물’로 도약한 샤오미. ‘대륙의 실수’라는 애칭이 붙을 정도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다. 저렴한 가격에 뛰어난 성능과 깔끔한 디자인까지 겸비하면서 중국산이란 한계도 벗어 던졌다. 그런 샤오미가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직접 진출이 아닌, 총판 우회 진출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지만 무시할 수 없는 파괴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IT 제조 업체 샤오미가 국내 유통 업체와 총판 계약을 맺고 한국 공식 진출을 본격화했다. 샤오미는 지난 3월 31일 국내 유통 업체인 코마트레이드와 공식 총판 협약을 체결했다. 이준석 코마트레이드 대표는 서울 여의도동 서울마리나에서 총판 계약 체결을 발표하며 “현재 샤오미의 가짜 제품이나 병행 수입으로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데, 코마트레이드가 공식 에이전트로 선정돼 4월 1일부턴 안전하게 샤오미 제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리우얜시아 샤오미 안전부 지식재산권 보호 총재는 “한국은 삼성이나 LG 등 전 세계 가전제품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있는 작지만 강한 나라”라며 “그런 이유 때문에 샤오미에겐 한국 시장이 의미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객과 친구 관계를 맺는다는 마음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고 덧붙였다.

샤오미는 ‘대륙의 실수’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품질은 뛰어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총판 계약식 행사장에서도 샤오미는 1인용 전동 스쿠터와 스마트 밴드, 공기청정기, TV 등을 집중 소개했다.

국내 공식 총판업체인 코마트레이드는 샤오미의 생활가전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코마트레이드는 샤오미 ‘팝업스토어’라는 임시매장을 열어 오프라인 판매도 시작했다. 지난 4월 초 찾아간 경기도 안양시 롯데백화점 내 샤오미 팝업스토어는 지하철 통로에 덩그러니 놓인 작은 규모의 매장이었다. 샤오미의 팝업스토어에선 체중계, 이어폰, 보조배터리 등 주로 생활 밀접형 제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고객들의 관심은 높아 보였다. 곳곳에서 “샤오미다!”라는 목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었다. ‘메이드 인 차이나’가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아닌, 깔끔한 디자인의 샤오미 제품이 20~30대 젊은 고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국내 소비자들은 앞으로 다양한 샤오미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지난 3월 29일 중국에서 공개된 ‘스마트폰으로 제어하는 전기밥솥’도 이르면 올해 4월 말 만나볼 수 있다. 성능이 개선된 대용량 보조배터리와 정수기, 라텍스 침구류 등도 정식 판매될 예정이다.

리우얜시아 샤오미 안전부 지식재산권 보호 총재는 샤오미 스마트폰과 TV의 국내 시장 진출 시기에 대해선 “지금 당장 계획은 없다”며 “한국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제품부터 정식으로 소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1. 지난해 가을 샤오미가 출시한 1인용 전동 스쿠터 ‘나인봇 미니‘. 기존 전동 스쿠터의 20분의 1 수준인 1,999위안(약 35만 원)에 내놨다.
2. 샤오미 공기청정기 ‘미에어2’. 모바일 앱으로 언제 어디에서나 제어가 가능해 실시간으로 필터 수명과 공기오염 측정을 할 수 있다.
3. 샤오미 미 밴드. 걸음 수, 거리, 시간, 칼로리 소모량은 물론, 숙면과 얕은 잠의 시간까지 측정해 스마트폰으로 알려준다.


국내 총판 통해 한국화 제품 선보인다
국내 총판 계약을 통해 샤오미 제품의 유통은 어떻게 달라지게 될까. 샤오미 제품은 그동안 해외 직접구매나 병행수입(공식 수입업체가 아닌 제3의 다른 유통채널을 통한 수입)을 통해 국내로 들어왔다. 중국에서 직수입해 왔기 때문에 판매업체에서 한국어 설명서와 국내 규격 전기 코드 등을 자체 제작해왔다. 하지만 이젠 공식 유통 채널이 열린 만큼 공식 총판 업체인 코마트레이드가 샤오미의 한국판 제품을 따로 전달받아 소비자들에게 판매를 한다. 이준석 코마트레이드 대표는 “오는 5월 1일부턴 모든 샤오미 제품에 한국어 설명서가 동봉되고 국내 규격 전기 코드도 한국 시장에 최적화되는 등 현지화가 이뤄지게 된다” 고 말했다. 이날 샤오미는 공식 총판 업체 외의 경로로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에겐 법적인 패널티를 부과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코마트레이드는 샤오미 제품이 국내 시장에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물류유통 체계도 강화할 계획이다. 코마트레이드는 올해 5월 말까지 전국 6대 광역시에 직영 판매점을 오픈한다. 특히 당일 배송 서비스 제공을 추구하고 있어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코마트레이드는 올해 안에 물류 거점 4곳을 확보해 당일 배송 서비스를 실현할 생각이다. 이준석 대표는 말한다. “현재 소비자의 니즈는 빠른 배송입니다. 자신이 구매한 제품을 빠르게 받고 싶어하죠. 이젠 경기도 성남과 용인, 광주에서 오후 5시 이전에 구매를 하면 샤오미 제품도 당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연내에 이 서비스가 서울, 경기권역으로 확대되고 점차 전국으로 뻗어 나가게 될 거예요.”

코마트레이드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서비스센터를 통해 고객지원과 AS도 정식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형 가전의 경우 직접 설치하는 서비스까지 시행된다. 이준석 대표는 “파손과 불친절 같은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서비스 거점 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올해 매출 2,0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레이 쥔(Lei Jun) 샤오미 CEO(오른쪽)가 지난해 3월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촬영에 응하고 있다. 샤오미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스타트업’으로 뽑혔다.


한국 지사 설립 계획은 미뤄
엄밀히 말해 아직까진 샤오미가 한국시장에 본격 진출했다고 말하긴 어렵다. 매장 규모가 작을 뿐만 아니라 샤오미에 유명세를 안겨 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TV 등이 총판 계약 품목에서 빠져 있기 때문이다. 샤오미는 제품 판매 방법 역시 ‘직판’이 아닌 ‘총판’을 선택했다. 총판 체제는 진출이 쉬운 만큼 철수도 쉽다. AS망 또한 현재까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실제로 샤오미 제품에 대한 한국 내 사후관리서비스는 삼성전자, LG전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삼성이나 LG전자 등이 제공하는 높은 수준의 AS 서비스에 적응되어 있다”며 “그러나 외국 기업들은 국내 시장 진입 때 그에 맞는 수준의 AS 인프라 구축이 아예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배터리 충전기와 달리 TV, 정수기 등 생활가전은 1~2년 쓰다가 버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전 시장에서 AS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며 “AS에 대한 신뢰성을 잡지 않으면 아무리 샤오미라도 한국 가전 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때문에 일각에선 샤오미가 일종의 ‘간’을 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샤오미가 적극적인 투자보단 한국 시장의 반응을 떠보는 수준에 그칠 것이란 얘기다. 리우옌샤 샤오미 안전부 지식재산권 보호 총재 역시 “한국 법인 설립 등을 통한 직접 진출 계획은 아직 없다”며 “한국 시장에서 샤오미 제품이 좋은 성과를 낸다면 총판 업체를 통해서만 판매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내 가전업체 관계자는 “샤오미가 한국 지사를 설립하지 않는 것으로 봐선 제품 상태에 대한 책임이나 판매망 확보에 필요한 투자 등을 줄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4. 샤오미 전기 압력밥솥. 쌀 포장지의 바코드를 스캔해 입력하면 최적의 밥을 지어 준다.
5. 샤오미는 지난해 세계 5위의 스마트폰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기업 가치는 약 46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6.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미TV 3S. 중국에서 현재 8,999위안에 판매 중이다.


국내 가전 시장에서 성공할까?
이제 막 국내 사업을 시작한 샤오미의 위력은 나비의 가벼운 날갯짓 수준이다. 총판을 통한 샤오미의 한국 진출에 대해 국내 가전업계는 “기술력의 차이”, “전국적인 AS 구축망” 등을 거론하며 국내 가전 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샤오미가 국내에 직접 진출한다면 현재 국내 기업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가전 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한국에 직진출한 샤오미가 중국 현지에서 검증 받은 유통시스템을 국내에 그대로 가져온다면 파괴력은 생각보다 클 수 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제품에 만족도 높은 사후서비스, 신속한 배송서비스가 더해진다면 새로운 바람이 몰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샤오미 제품은 국내 인터넷 쇼핑몰 11번가에서 2014년보다 900% 늘어난 150억 원어치가 판매됐다. 영세한 병행 수입 업체들이 마케팅 없이 거둔 성과여서 상당한 실력을 발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샤오미가 국내 가전 기업의 내수시장 점유율을 갉아먹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할만한 대목이다.

샤오미의 국내 진출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좁쌀’이라는 브랜드 뜻이 무색할 정도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영토 확장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지난 2010년 설립된 샤오미는 베낀 제품으로 조롱을 받았지만, 이후 질 좋은 저가 제품을 선보이며 단기간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했다.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이 애플의 창업자 고 스티브 잡스를 흉내내 청바지와 검은색 터틀넥 차림으로 등장할 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샤오미가 ‘짝퉁’ 이미지를 벗을 수 없을 것이라 비웃었다. 하지만 지금은 글로벌 리딩 기업의 장점을 두루 모방해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도 보조배터리 잘 만드는 회사라는 인식이 남아있는 샤오미. 하지만 향후 1~2년 안에 한국시장을 겨냥한 다양한 제품을 쏟아낼 것으로 알려졌다. 샤오미의 한국 진출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지 기대되는 이유이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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