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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읽다> '돈다발'보다 '꽃다발'이 더 좋습니다

■스티븐 부크먼 지음, 반니 펴냄





가는 봄이 아쉬운 이유는 지는 꽃에 대한 안타까움과 무관하지 않다. 평소 “꽃보다 현금이 좋다”던 아내도 꽃다발을 받아 안으면 미소를 감추지 못한다. 연구자들은 이를 ‘뒤센 미소(Duchenne Smile)’라 부른다. 꽃을 받으면 우선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 향을 맡고 “기분 좋은 향기를 흡입하는 동안 입술이 벌어지고 이를 드러낸 채 뭔가를 알고 있는 듯” 짓는 미소를 가리킨다.

꽃에 매료당한 인류의 역사는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잡식성이던 유인원은 꽃과 열매를 먹었고 인간이 단것을 좋아하게 된 것은 여기서 시작됐다. 고대 이집트 문화가 기원전 2600년 무렵 조성한 석조 기념물에는 ‘수련’이 종종 등장했고 꽃의 달콤한 향기를 즐기는 사람의 모습이 등장하곤 했다. 미국 애리조나대학 외래교수이자 생물학자인 저자는 이처럼 선사 시대 이래 모든 대륙과 문화권을 막론하고 꽃에 매혹된 인류의 역사를 추적했다. 특히 온갖 목적과 기쁨을 위해 인간이 어떻게 꽃을 이용했는지 꼼꼼하게 짚었다.

인간은 꽃을 먹고 맡고 즐긴다. 전 세계 인구가 먹어치우는 식품의 35%는 꽃이 주는 열매와 씨가 차지한다. 꿀을 품은 꽃은 최초의 천연감미료였고 지금도 꽃은 고급스런 디저트 재료로 쓰인다. 금잔화·원추리·박하·팬지·장미·호박꽃 등 식용 꽃도 다양하다. 꽃향기를 흉내 낸 향수를 비롯해 세제, 양초, 핸드크림, 샴푸 등 다양한 향기제품이 나오고 있다.



일상을 넘어 예술에서 꽃은 더욱 찬란하게 빛난다. 문학에서는 꽃의 상징적 언어가 오랜 탐구 대상이었다. 17세기 이래 단편소설·시·희곡·산문작품을 모아 엮은 책을 앤솔러지(anthology)라 부르는데 그 어원은 꽃의 모음을 뜻하는 그리스어에 있다. 기원전 1세기 멜레아그로스가 편찬한 최초의 그리스 앤솔러지 ‘화환’의 서문에는 수록된 시인들이 꽃에 비유돼 있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과학자 겸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이탈리아 야생화에 대한 글과 그림을 남겼고 정교한 표현력을 가진 독일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는 ‘꽃의 초상화’라 불릴 정도로 세심한 꽃 그림을 그렸다.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에서 주인공 알몸 여인은 꽃다발을 든 몸종의 시중을 받고 있고 클로드 모네의 작품세계는 꽃에 대한 작가의 열정과 함께 성장했다. 앤디워홀 등 팝아트와 평화운동 미술에서도 꽃은 중요한 소재로 사용됐다. 꽃과 더불어 살아온 인류의 지난날이 경이로운 것 못지않게 저자의 방대한 지식이 놀랍다. 1만8,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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