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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땅' 인도 시장을 잡아라] 성공사례 ① 현대자동차

소형차 집중 공략해 시장 2위 우뚝<br>‘인도 올해의 차’ 3년 연속 선정 기염

현대자동차는 인도 소형차 시장을 집중 공략해 인도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철저한 시장조사와 투자가 이같은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사진은 지난해 5월 한국을 국빈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오른쪽)와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




인도 시장의 문이 열리기 시작한 1990년대 중후반,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지금보다 더욱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필요했다. 지금과 달리 해외 기업의 진입장벽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인도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초기 진출 기업들의 사례는 더욱 눈여겨볼 만한 필요가 있다. 현대자동차 역시 그중 하나다. 1997년 인도 시장에 진출해 현재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인도 시장 성공비결을 살펴본다.

올 초 현대차는 인도에서 날아든 낭보를 전해 들었다. 현대차가 인도 시장에 내놓은 전략형 소형 SUV 크레타(Creta)가 인도 전체 SUV 가운데 월간 판매 1위를 달성한 것이다. 인도자동차공업협회(SIAM)가 발표한 판매실적에 따르면, 크레타는 지난 1월 한 달간 6,589대가 판매돼 6,160대가 판매된 마힌드라의 볼라로(Bolaro)를 제치고 SUV 월간 판매 1위를 달성했다.

사실 크레타의 성공은 이미 예견된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크레타는 지난해 말 발표된 ‘2016년 인도 올해의 차’에서 혼다의 재즈, 마루티스즈키의 발레노를 제치고 올해의 차에 선정된 바 있다. 특히 현대차는 이를 통해 지난 2014년 그랜드 i10, 2015년 신형 i20에 이어 3년째 ‘올해의 차’를 선보인 기업으로 명성을 공고히 다졌다. 인도 ‘올해의 차’ 역사상 단일 업체가 3년 연속 수상한 것은 현대차가 최초였다.




현대차가 생산 중인 인도 현지모델 i20.


철저한 사전조사로 성공적인 시장 진출
현대차의 인도 진출기는 지난 1997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도는 자동차 시장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제대로 된 도로는 전무하다시피 했고, 자동차 시장에 대한 인도 정부의 관심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차는 인도 시장에 주목했다.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현대차 관계자는 말한다. “당시 저희는 인도의 광활한 영토와 인구수에 주목했습니다. 13억 명에 육박하는 인구수, 남한 면적의 32배에 달하는 광활한 영토는 매력적이었죠. 만약 인도의 수많은 낙후 지역이 도시화되고, 이들이 잘 닦인 도로로 연결된다면 자동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죠. 당시 인도 시장 진출은 미래의 가능성을 본 선택이었습니다.”

지난 1997년 말 인도에 진출한 현대차는 인도 첸나이 인근에 생산 공장을 건설하며 진출 2년 만에 소형차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이후 지난 2006년 3월에는 생산 개시 8년 만에 100만 번째 차량 생산에 성공했는데, 이는 인도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동차 기업 중 최단 기간 100만 대 생산 기록이었다. 이러한 현대차의 성공은 인도 시장에 대한 철저한 조사뿐 아니라 경쟁사의 진출 과정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동반됐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현대차의 철저한 사전조사는 인도 진출 방식을 선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했다. 당시 많은 기업들은 인도 현지 기업과 합작투자를 통해 진출하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좋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 합작투자는 초기 투자금에 대한 부담이 비교적 적고 시장 분석 및 마케팅에 편리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반면 경영체제 확립의 어려움 및 현지 파트너와의 경영 마찰이 불거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현대차는 합작투자보다 단독진출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인도 법률상 외국 기업의 단독투자 자체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했다. 현대차는 4억 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초기투자와 높은 부품 현지화율, 인도에 유리한 수출 조건을 앞세워 인도 정부를 설득했고 단독투자 허가를 받아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설립된 현대차 인도법인은 경쟁사와는 달리 빠른 의사결정을 통한 공격적인 시장 확대 전략을 펼쳐나갈 수 있었다.

인도 현지 니즈에 대한 조사·분석도 이어졌다. 현대차가 전략적으로 소형차 시장을 공략한 것 역시 이같은 분석에 따른 선택이었다. 애초에 현대차가 인도에서 전략 차종으로 택한 것은 준중형급 차종인 ‘엑센트’였다. 하지만 현지 시장조사 결과 소형차가 훨씬 더 진입하기 수월할 것으로 예상됐다. 빈부 격차가 큰 인도에서는 차량이 필요하지만 경제적 여건상 차량 구매를 망설이는 수요가 상당하다는 분석 때문이었다. 그렇게 선보인 차량이 바로 ‘상트로(한국 브랜드명 아토스)’였다. 상트로는 당시 인도 소형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던 마루티스즈키의 ‘마루트 800’보다 작은 차체와 우수한 디자인을 앞세워 인도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시작했다.

이후 현대차는 공장 증설과 제2공장 건설을 통해 생산능력을 60만대로 확장했다. 특히 상트로의 성공에 힘입어 인도 시장은 글로벌 소형차 시장 공략을 위한 전진기지로 자리매김했고, 인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수출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도 현지의 열악한 도로 여건, 높은 기온, 저가 모델 선호 등 인도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모델을 개발한 것이 성공의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며 “한국 기업 특유의 마케팅 전략과 고객 서비스 네트워크의 완벽한 구축 역시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고 말했다. 실제로 인도에서 제작되는 차량의 경우, 무더위에 대비하기 위해 에어컨과 브레이크의 성능을 강화했다. 또 열악한 도로 사정을 고려해 서스펜션 강화와 클랙슨의 내구성 보강에도 힘썼다.






현대차 인도 공장 누계 생산 500만대 돌파 기념행사, 인도 첸나이공장을 방문한 정몽구 회장, 첸나이공장 생산라인 전경(왼쪽부터).


현지 특성 반영한 차종으로 인기
현대차는 상트로의 성공 이후 다양한 차종을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12만4,072대가 판매된 그랜드 i10과 10만9,679대가 판매된 i20가 ‘10만대 클럽’에 추가로 가입하며 현대차의 성장을 견인했다. 현재 현대차는 경차부터 소형차, SUV까지 총 10개 차종을 판매하고 있으며 판매량 기준으로 3위인 마힌드라보다 두 배 이상 앞선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17.3%를 기록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현대차가 부동의 자동차 시장 1위 기업인 것처럼, 인도에는 ‘마루티스즈키’라는 인도 기업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인도 기업인 마힌드라를 제치고 현대차가 2위에 오른 것은 그만큼 현대차의 인도 전략모델이 굳건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결과”라고 언급했다.

특히 지난 20년간 현대차가 인도 시장에서 보여준 성장세는 유럽 시장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인도자동차공업협회(SIAM)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 시장에서 전년 대비 15.7% 늘어난 47만6,001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다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이같은 기록은 현대차 최초로 유럽의 판매기록을 넘어선 수치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는 유럽 시장에서 총 47만130대를 판매했다. 현대차의 유럽 판매도 전년 대비 10.9%나 늘어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급성장을 거듭한 인도 판매실적이 5,871대 더 많았다.

사실 10년 전인 지난 2006년 현대차의 인도 판매실적은 18만6,174대로 27만8,631대였던 유럽의 60% 수준이었다. 하지만 인도 시장에서 괄목할 성장세를 보인 현대차는 불과 10년 사이 판매 대수를 2배 이상 늘리며 같은 기간 1.5배가량 늘어난 유럽보다 더 많은 판매실적을 달성했다.

이러한 현대차의 노력은 비단 차량 제조 및 판매에만 그치지 않았다. 현지 문화에 적응하고 현지 사회와 융합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우선 인도 현지 기업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의 복리후생과 평균 이상의 임금으로 현지 노동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적극적으로 이바지했다. 또 생산라인 한편에 힌두교를 상징하는 형상을 배치해 인도 문화에 대한 존중의 뜻을 표현하기도 했다.

공익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양국 간 문화적 이해를 위한 문화교류 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다. 특히 병원 건물 개·보수와 의료용 차량 제공 등 건강 보호와 전염병 감소를 위한 무료 진료 및 상담을 진행했고, 열악한 도로 사정과 주민들의 무단 횡단으로 인해 발생하는 교통사고 감소를 위한 교통안전 프로그램도 시행하며 현지 사회와의 융화를 위한 노력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인도 문화 존중으로 소비자 신뢰 얻어
현대차는 더욱 강력한 성장 드라이브를 통해 인도 소형차 시장에서의 입지를 준중형, SUV까지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상황은 꽤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모디노믹스의 영향으로 외국 기업에 대한 세금 인하 혜택을 포함한 친(親)시장 정책이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도 정부는 제조업 육성을 위한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의 일환으로 최근 제조세를 기존 12%에서 8%로 인하했다. 가격경쟁력이 핵심인 자동차산업에서 낮은 세율은 원가절감과 비용절감에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인도 내수 경기의 활성화로 자동차 구매를 원하는 소비층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호재로 손꼽힌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관계자는 “올해 인도 자동차 시장은 전년 대비 6.3% 늘어난 300만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며 “오는 2020년에는 인도가 중국, 미국에 이은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는 국내 기업의 인도 시장 진출 역사의 중심에 서 있다. 현대차의 성과는 현재 인도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단 현대차가 인도 자동차 시장 2위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철저한 사전준비, 현지화 전략, 현지인과 현지 문화와의 융화 등 성공을 이끈 삼박자는 다른 기업들도 눈여겨봐야 할 필요가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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