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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글로벌 산업전쟁 새그림 서둘러라] 베트남·멕시코·印 '세계 공장' 부상

<치열해진 '글로벌 생산 기지' 유치 경쟁>

경제특구...파격 인센티브...TPP 혜택...

삼성·LG 등 국내기업 이어

글로벌 기업도 잇따라 둥지

中은 노동집약 제조업 벗어나

하이테크업체 유치에 집중





베트남 시내에서 15㎞ 떨어진 사이공하이테크파크. 이곳은 베트남 정부가 글로벌 첨단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조성한 대규모 산업단지다. 삼성전자·인텔 등 유수의 글로벌 제조업체들은 이곳에 생산기기를 두고 전 세계로 팔 제품들을 만들기 위해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이곳에 진출한 기업 중 상당수는 중국에서 옮겨온 곳이다. 중국의 임금 수준이 올라간데다 공장 유치를 위해 베트남 정부가 파격적인 혜택을 제시하자 주저 없이 공장을 옮겼다.

각국의 생산기지 유치경쟁은 이제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치열하다.

과거 중국이 독보적인 ‘세계의 공장’이었지만 다른 신흥국들이 경제성장을 위해 제조업 유치에 뛰어들고 일자리가 아쉬운 선진국들도 ‘리쇼어링(제조기지 유턴)’ 정책을 펴면서 연구개발과 생산이 분화된 기존 글로벌 분업구조는 사실상 와해됐다.

특히 신흥국들은 경제특구 설립 등을 통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해외 기업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에 반해 ‘제조업 대국’ 중국은 임금 상승, 위안화 가치 상승, 경기 둔화 등으로 값싼 공장으로서의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신흥 생산기지로 주목받고 있는 ‘넥스트 차이나’는 인도·베트남·멕시코·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이다. 이 중에서도 글로벌 기업들의 공장 이전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곳은 베트남이다.



7일 만난 호찌민시 무역투자진흥센터 관계자는 “호찌민시뿐 아니라 베트남 각 지방정부가 파격적인 토지 및 세제혜택을 내걸고 있어 해외 기업들의 공장 설립 상담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KOTRA에 따르면 과거 2년간 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했거나 향후 2년간 이전할 계획이 있는 해외 기업이 최소 15곳으로 조사됐다. 이 안에는 유니클로 브랜드를 가진 패스트리테일, 바나나리퍼블릭·제이크루 등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 TAL그룹 등 글로벌 의류업체들이 포함돼 있다. 한국에서는 효성이 베트남에서 타이어코드와 스판덱스 생산공장을 가동 중이다. 섬유산업뿐 아니라 고부가 제조업체들 역시 베트남 공장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삼성은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 등 전자계열사들이 베트남에서 생산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LG그룹도 LG디스플레이가 최근 패널 모듈 조립공장 투자 양해각서(MOU)를 맺고 LG전자의 뒤를 이어 베트남 진출을 결정짓는 등 베트남에 글로벌 생산 거점을 마련했다.

베트남에 세계적인 기업이 몰리는 주된 이유는 값싼 노동력뿐 아니라 과감한 투자 유치 정책과 환태평양투자동반자협정(TPP) 등 경제 블록 편입 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베트남 경제특구의 경우 일반 제조업의 법인세율은 15년간 10%의 낮은 세율이 적용되며 하이테크기업은 최대 30년간까지도 이 세율이 유지된다. 부품소재산업은 이에 더해 설비 수입세, 투자 자본금 대출 지원 등의 인센티브까지 준다. 특히 베트남의 TPP 편입은 글로벌 공장 이전에 불을 댕겼다. KOTRA 관계자는 “‘메이드인 베트남’ 제품은 TPP 경제권 수출 시 관세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이점은 특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소극적인 중국에 대해 빼어난 비교우위 요소”라고 설명했다.

인도 역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메이크 인 인디아’의 기치 아래 제조업 기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오는 2022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제조업 비중을 14%에서 25%까지 끌어올리고 일자리 1억개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맞춰 외국 기업의 현지지분 규제 철폐, 토지수용규제 완화, 세제개편 등의 정책을 줄줄이 내놓으면서 외국 공장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멕시코는 아메리카 대륙의 생산 거점으로 부상하는 곳이다. BMW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이 잇따라 멕시코 공장을 세우고 미쉐린·굿이어 등 글로벌 타이어 업체들도 멕시코 공장을 가동하거나 설립하는 등 특히 자동차 관련 기업들의 공장 이전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이는 멕시코 정부가 저렴한 임금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을 내세워 해외 기업 모시기에 공을 들인 결과다. 전문가들은 TPP 타결을 계기로 멕시코 내 외국인직접투자(FDI)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제조업 대국’의 지위가 흔들리자 해외 하이테크기업을 유치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노동집약적 제조업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하이테크 산업 개발특구 등을 지정해 산업구조 고도화를 꾀하고 있다. 산업연구원 국제산업협력실의 문종철 박사는 “국내에도 투자 유치를 위한 다양한 제도들이 마련돼 있지만 일원화돼 있지 않아 정작 기업들이 투자를 하려면 막히는 경우가 있다”면서 “외국 기업들을 유치하려면 관련 법규를 하루라도 빨리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호찌민=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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