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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이 야금야금…목숨 위협하는 '폐렴'

국내 입원 원인 1위·사망 5위

증상 악화된 후에야 발견 많아

환절기·겨울철 아닌 여름에도

에어컨 세균 등으로 발병 가능

평상시 개인 위생 철저히하고

폐렴구균 예방백신 접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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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진(71·가명)씨는 최근 기침과 함께 열을 동반하는 증상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 처음에는 오뉴월 감기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숨이 차고 갑자기 심한 흉통과 함께 호흡곤란을 겪는 일이 반복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아들과 함께 병원을 찾은 김씨는 ‘급성폐렴’ 진단을 받았다.

본격적인 장마와 함께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여름 폐렴 경보’가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폐렴은 환절기나 겨울철에 걸리는 질환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폐렴이란 폐 조직에 생기는 ‘염증성 질환’을 말하는데 여름철 잦은 비 등으로 습도가 높아지면 폐의 탄력성이 떨어져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폐에 남아 염증을 일으키기 쉽다. 에어컨 사용량이 많아지는 것도 여름 폐병 발병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실내외 온도가 5∼10도 이상 차이가 나면 면역력이 저하되고 레지오넬라균 등 균들이 에어컨 필터에 남아 있으면 폐렴과 같은 호흡기 질환이 일어나기 쉽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가 숨 쉬는 공기에는 폐렴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 많이 들어 있지만 그런 물질이 폐에 들어온다고 해서 모두 폐렴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진국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에는 세균·바이러스 등 폐렴의 원인이 되는 물질을 밖으로 내보내고 병을 일으키지 못하게 하는 등 방어 능력이 있는데 소아와 노인, 면역력이 약한 만성질환자는 이 같은 폐 방어력이 현저히 떨어져 폐렴에 잘 노출된다”고 말했다.

폐렴의 일반적인 증상으로는 발열과 함께 기침·가래·흉통·호흡곤란 등 호흡기계 이상이 있다. 폐렴 환자 중 80% 정도는 열을 동반하며 대부분 호흡 수가 분당 20회를 넘는 상태에 이른다. 열이 높을 때에는 얼굴이 붉어지고 숨이 거칠어지며 흉통을 느끼는 사례도 있다. 또 폐에서 원활한 산소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의식이 몽롱해지고 입술이 보랏빛으로 변하기도 한다. 65세 이상 노인은 폐렴에 걸리면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식욕과 활동량의 뚜렷한 감소 증상을 보이다 갑작스럽게 의식이 나빠져 병원을 찾은 이후 폐렴으로 밝혀지는 경우가 잦다.

폐는 한 번 나빠지면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예방과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에 대한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통상 폐 기능이 50∼75%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 생활에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하다가 증상이 악화된 후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지난해 진료비통계지표에 따르면 폐렴은 국내에서 입원 진료인원이 가장 많은 질환 1위로 지난해에만 28만3,774명이 입원했다. 올해 1·4분기에도 여전히 입원 원인 1위로 폐렴이 꼽히고 있다. 폐렴은 2014년 기준 국내 사망 원인 5위의 질환이기도 하다. 이는 당뇨병(6위), 교통사고(9위)보다 더 많은 사망자 수다. 고혈압·심장·뇌혈관질환 등 10대 사망원인 중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교수는 “격렬한 운동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폐 기능을 100% 활용하는 경우는 드물어 평소와 다른 폐 이상을 자각하기가 매우 힘들다”며 “개인 위생관리는 물론이고 백신 접종 등으로 질환을 선제적으로 예방하고 만성질환자 등은 정기적으로 폐 건강 상태를 꼼꼼히 체크해 조기 진단과 빠른 치료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폐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기초 면역력 증진을 위해 평상시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야외활동 후에는 반드시 구석구석 비누칠을 해 손을 씻고 목욕 후에는 체온 유지에도 신경 써야 한다. 실내온도는 26∼28도, 습도는 40∼50%를 유지해 바깥 온도와 큰 차이를 두지 않는 게 좋다.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좋다.

개인위생 관리 못지않게 폐렴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백신 접종’이다. 현재 정부에서는 예방접종의 효과 및 중요성 등 우선순위에 따라 영유아와 노인을 우선 대상으로 ‘폐렴구균 예방백신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영유아의 경우 2014년부터 국가필수예방접종 사업의 일환으로 5세(72개월) 미만의 어린이에게 13가·10가 단백접합백신을 기초 접종과 추가 접종까지 총 4회분을 정부가 모두 지원하고 있다.

성인의 경우 2013년 5월부터 65세 이상 노인에 23가 다당질백신을 보건소에서 무료로 접종해주고 있다. 그러나 23가 다당질백신은 패혈증 등에는 예방 효과가 있으나 사회적 비용부담이 큰 폐렴에 대한 예방 효과는 일관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 및 미국 예방접종자문위원회, 대한감염학회 등 국내외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폐렴 예방 효과가 높은 13가 단백접합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구소미 순천향대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단백접합백신은 근본적으로 우리 몸에 면역 반응을 일으켜서 그 효과가 (다당질백신보다) 훨씬 오래 지속되게 해준다”고 말했다.

다만 13가 단백접합백신은 국내에서는 성인 대상 국가예방접종사업에 포함되지 않아 개인 부담으로 접종해야 한다. 일반내과 기준으로 13가 단백접합백신 접종 비용은 약 13만원으로 23가 다당질백신 접종비용(5만원)에 비해 8만원가량 비싸다.

13가 단백접합백신을 23가 다당질백신처럼 65세 이상 전체 노인 인구를 대상으로 일괄 지원하기에는 비용 효과 분석 등 다방면의 검토가 이뤄져야 하겠지만 높은 폐렴 사망률과 이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을 고려해볼 때 국가 차원의 조속한 대책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난해 폐렴으로 인한 요양급여는 약 4,735억원으로 2014년 대비 약 18.7% 증가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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