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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車·통신, 中 '보이지 않는 보복' 유탄 맞나...업계 전전긍긍

[사드배치에 긴장감 감도는 국내 기업들]

中규제당국 신사업 인허가·통관 등 불이익 가능성

반한감정으로 불매운동...韓제품 소비위축 우려도





한국과 미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겠다고 8일 전격 발표하면서 재계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중국은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 대부분이 공장을 갖고 있는 ‘생산기지’이자 최대 ‘소비 시장’으로 회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은 다른 나라들과 정치적 마찰이 발생할 때마다 비관세장벽과 같은 방안들을 동원해 경제적 보복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며 “중국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에도 이 같은 유·무형의 제재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재계는 무엇보다 중국 규제 당국의 예측 불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면서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관세 당국에서 각종 트집을 잡아 부품이나 완제품의 통관을 늦추거나 사업 인허가를 까다롭게 하는 식으로 경영 활동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정부와의 ‘교감’이 중요한 신성장 사업에서는 이번 사드 배치가 예상 밖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SDI와 LG화학이 중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6월 ‘전기차 배터리 규범 조건 인증업체’ 31곳을 발표하면서 막상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받는 삼성SDI와 LG화학은 모두 탈락시켰다. 이 인증을 받지 못하면 중국 정부가 지급하는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정부 보조금은 전기차 가격의 절반에 달하기 때문에 이 인증을 받지 못할 경우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 위기에 몰리게 된다. 삼성SDI와 LG화학은 현지 시장공략을 위해 각각 중국에 연산 4만대, 5만대 수준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완공한 상태다. 양사는 그동안 “오는 8월 재인증 때는 보조금 대상 업체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왔으나 한반도 사드 배치에 중국 정부가 강력 반발하고 있어 인증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속단하기 어렵지만 중국 내에서 반한(反韓) 감정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자국의 경제 및 안보와 관련한 첨예가 이슈가 발생할 때 관영 언론을 동원해 ‘여론전’을 일으켜 상대방에 압박을 주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이 경우 한국 브랜드를 단 제품에 대한 소비 위축이 일어날 수도 있다.

현재 국내 주요 기업들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1·4분기 중국에서 8조2,045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같은 기간 전체 매출(49조7,800억원)의 16%의 해당하는 수치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의 고전에도 불구하고 올 1·4분기 중국 매출을 전년 동기 대비 14.8%나 끌어올리며 올해 잇단 ‘깜짝 실적’의 발판을 쌓았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 비중은 더 크다. 지난해 양사는 중국에서 총 167만8,922대의 승용 차량을 판매했으며 이는 전 세계 판매량(801만5,745대)의 20.95%에 이른다. 현대차가 생산한 차량 5대 중 1대는 중국에서 팔린 셈이다. 그나마 이는 지난해 중국 시장 내수 침체에 따라 위축된 수치로 올해 현대·기아차의 판매 목표량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이보다 판매량이 늘어야 한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판단이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 복귀 이후 이른바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의 주력 사업인 에너지와 통신은 모두 규제산업이어서 중국과 같은 신시장을 개척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 회장이 지난해 8월 경영에 복귀한 이후 첫 해외 출장지로 고른 곳이 중국일 정도다. 하지만 양국의 관계가 급랭할 경우 시장 공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은 중국 둬라바오(결제대행업체) 등 현지 기업 3곳과 손잡고 오는 11월 합작법인을 설립해 중국 O2O(온·오프라인 연계사업)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한중 관계가 악화하면 관광교류가 가장 먼저 타격을 입고 한류 열기도 냉각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밖에도 중국에서 한국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이어질 수 있으며 특히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규제 강화라든지 중국의 보이지 않는 불이익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일범·김현진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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