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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유동성 장세의 환상을 깨라

안병국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




코스피지수가 어느덧 2,000선을 회복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이후 빠른 안정세를 보이면서 오히려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미국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기염을 토하고 있다. 정말로 예측하기 어려운 게 주식시장이다.

브렉시트 결정 이후 사실 달라진 것은 없다. 불안감에 사로잡혔던 투자심리가 빠른 속도로 회복된 것밖에 없다. 오히려 국내외 상황은 이전과 비교해 더 어려워도 보인다. 전 세계 경기는 여전히 기대치를 밑돌고 있고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도 연말까지는 물 건너간 분위기다.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통화정책을 강화하거나 보완하기 위한 재정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결국 전 세계 주식시장의 강세는 유동성이 다시 강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

국내 시장만 봐도 최근 외국인의 순매수 금액이 브렉시트 이후 단기간에 2조7,000억원 넘게 유입되고 있다. 2·4분기 기업실적 호전에 대한 기대치와 맞물리며 단기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오랜만에 호실적을 주가가 150만원을 넘어섰다. 다만 하반기에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다.



코스피가 2,000선을 넘어선 뒤 상승 속도는 무뎌지고 있다. 기관 매물이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지되고 있지만 기관 매물을 모두 소화할 만큼 유입될지는 미지수다. 앞으로 가파른 상승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실적 시즌을 앞두고 나타나고 있는 가치주의 상승 현상도 일시적인 흐름으로 이해해야 한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번 기회에 가치주의 비중을 줄여나가고 오히려 성장주에 대한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 산업계의 질서는 이미 바뀌고 있다. 철강·조선 등 전통적인 산업의 성장은 더는 기대하기 힘들다. 공급 과잉에 따른 구조조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더라도 한국 제조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 업체 대비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이미 중국이나 일본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구조조정의 중심에 서 있는 한국의 주요 제조기업은 여전히 과거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분위기다. 노력도 없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자연스럽게 다시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냉혹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5년 동안 지속된 코스피의 박스권 흐름은 앞으로도 수년간 더 이어질 수 있다. 코스피 2,000선 이상에서 추가 상승 폭이 어느 수준이 될 것인가에 대한 관심보다는 앞으로 어떤 산업이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을지 고민한 뒤 투자하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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