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나도 메갈리안”이라며 최근 벌어지고 있는 ‘메갈리안 공격’에 일침을 가했다.
진 교수는 27일 매일신문에 기고한 칼럼 ‘[진중권의 새論 새評] 나도 메갈리안이다’에서 “여자들은 왕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 문구가 적힌 티셔츠 한 장으로 난리가 났다. 성우 김자연 씨는 이 티셔츠 사진을 올린 죄로 녹음한 목소리를 삭제당하는 변고를 당했다. 극성 마초들이 넥슨으로 몰려가 요란하게 항의를 했기 때문이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티셔츠에 적힌 문구는 정치적으로 완벽히 올바르다. 도대체 어디에 화가 난 걸까? 문제는 그 티셔츠가 ‘메갈리아’라는 사이트에서 만든 것이라는 사실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진 교수는 또 “(메갈리안을 비난하는) 이들이 모르는 것은, 메갈의 ‘미러링’이 그저 일베만을 상대로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일베는 큰 문제가 아니다. 메갈리안들이 설마 사회에서 아예 내놓은 애들 때문에 저러겠는가?”라며 “더 큰 문제는, 자신이 일베와 다르다고 굳게 믿는 남자들이 일상에서 밥 먹듯 저지르는 성차별적 언행이다. 나를 포함해 남자들은 종종 자기가 성차별 언행을 했다는 사실 자체도 의식하지 못한다. 이게 메갈에서 하는 ‘미러링’의 진짜 표적이다”라고 말했다.
또 “일베는 수면 위로 드러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그것을 떠받치는 것은 자신은 일베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야무지게 착각하는 빙산의 거대한 밑동”이라며 “설사 메갈의 ‘미러링’에 짜증을 내더라도, 동시에 헤아려야 할 것은 여성들이 대체 왜 저렇게 화가 났을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중권은 “나 같은 ‘한남충’ ‘개저씨’의 눈으로 봐도 너무들 한다. 이제야 메갈리안의 행태가 이해가 될 정도다. 듣자 하니 이들이 자기와 견해가 다른 웹툰 작가들의 살생부까지 만들어 돌렸단다. 그 살생부에 아직 자리가 남아 있으면 내 이름도 넣어주기 바란다. 메갈리안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빌어먹을 상황은 나로 하여금 그 비열한 자들의 집단을 향해 이렇게 외치게 만든다. ‘나도 메갈리안이다’”라고 끝을 맺었다.
메갈리아는 ‘여성 혐오’에 대해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 혐오가 엄존하는 상황에서 남성들에게 똑같이 혐오로 대응한다는 취지의 ‘미러링’을 표방하고 있는 사이트다.
한편 지난 18일 넥슨이 서비스하는 온라인 MMORPG 게임 ‘클로저스’에 등장하는 캐릭터 ‘티나’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김자연 성우가 I don‘t need a hero. I need a friend”(내게 영웅은 필요 없다. 친구가 필요하다)라는 게시글과 함께 ‘Girls do not need a prince(여자에게 왕자는 필요하지 않다)’라고 적힌 티셔츠를 인증한 것이 논란이 되자 넥슨과 게임 개발사인 나딕게임즈가 19일 성우를 교체한 바 있다.
이 티셔츠는 ‘메갈리아’가 지난해 페이스북 페이지 ‘메갈리아2’와 ‘메갈리아3’가 삭제된 것에 반발해 ‘여성혐오 컨텐츠를 방조하는 페이스북 코리아에 이의를 제기하는 민사소송 자금 마련 패션 프로젝트 <한 장의 페미니즘으로 세상과 맞서다>’의 일환으로 판매한 것이다.
/주현정 인턴기자 hyunjeong101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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