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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희 기자의 About Stage]건반 위 무수한 '손길' 모여 감동의 선율 되다

■피아노공연 비하인드 스토리

피아니스트들 '최상의 소리' 위해 여러대 피아노 직접 쳐본 후 낙점

음색·장력 등 세심한 조율 주문...자신의 악기·조율 전문가 대동도

"오르간 소리 나게""보면대 눕혀라""의자는 튼튼한 걸로" 다양한 요구

오는 11월 24일 내한공연을 여는 프랑스 피아니스트 ‘피에르 로랑 에마르’는 피아노의 음색과 잔향, 피아노줄 장력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구체적인 조율을 주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사진제공=LG아트센터




“피아노의 한계치를 요구하는 연주자다.” 20년 경력의 피아노 조율사 김용래씨는 프랑스 피아니스트 피에르 로랑 에마르를 이렇게 기억한다. 지난 2012년 그의 첫 내한 당시 조율을 담당한 김씨는 공연 하루 전 에마르를 만나 장시간 그가 원하는 악기 상태를 만들어야 했다. 피아노 줄 장력부터 건반 연타 음색, 잔향에 이르기까지 깐깐한 요구 사항을 소화한 김씨는 오는 11월 24일 서울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를 에마르와 다시 만난다. “그렇게 구체적으로 주문하는 피아니스트는 처음이었다. 두 번째 만남을 앞두고 무척 긴장된다.” 건반을 타고 흐르는 감동 뒤엔 이런 수고가 숨어 있다.

음반 녹음용 연주를 위해 조율중인 피아노/사진제공=서울시향


대부분 연주회에서는 공연장 소유의 피아노를 사용한다. 피아니스트가 공연 전 여러 피아노를 직접 쳐본 뒤 선택하는데 원하는 음색을 맞추기 위한 조율은 필수다. 대개 현지 조율사들이 악기를 손보지만 전담 인력을 대동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3일 열린 안드라스 쉬프의 리사이틀에는 조율 전문가 토마스 휩시가 함께 했다. 공연 전날 밤 한국에 도착한 두 사람은 공항에서 바로 예술의전당 악기 창고로 이동해 10대의 피아노를 일일이 쳐본 뒤 무대에 세울 대상을 결정했다. 물론 자신의 악기를 공수해오는 아티스트도 있다. 2003년 내한한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은 당시 자신의 연주·연습용 피아노를 직접 가져와 화제를 모았다.

지난 9월 서울시향과 협연한 피아니스트 파스칼 로제가 피아노 위에 보면대를 눕히고 연주하고 있다./사진제공=서울시향


최상의 소리를 위한 주문은 연주자마다 각양각색이다. 연주자들은 공연 전 ‘테크 라이더’라는 문서를 공연장이나 기획사에 전달하는데 여기엔 악기 선택 및 조율에 대한 부분부터 연주자가 원하는 공연장 준비 사항이 담겨 있다. 지난 24일 내한공연을 펼친 머레이 페라이어는 별다른 사전 미팅 없이 이종열 예술의전당 전속 조율사(대한민국 피아노 조율사 명장 1호)에게 “중음부를 정교하게 해달라”는 주문을 남겼다. 앞서 9월 서울시향과 협연한 파스칼 로제는 보면대를 피아노 위에 눕혀둘 것을 요청했다. 음이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 연주자가 사용하는 방법이다.

더한 사람도 있다. “피아노에서 하프시코드나 오르간 음색이 나게 해달라.” 에마르는 유럽 지역 공연 시 조율사 스테판 크뉘퍼와 함께 하는데, 몇 년 전 바흐의 ‘푸가의 기법’ 녹음을 앞두고 이 같은 요구를 해 스테판을 당황하게 한 일화가 유명하다. 이 내용은 유명 연주자들과 작업하는 스테판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피아노 마니아’(2010)에 등장한다. 화려하고 강한 타건으로 유명한 중국의 랑랑도 무겁고 튼튼한 의자를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지난해 4월 롯데콘서트홀에서 사용할 피아노를 고르기 위해 스타인웨이 독일 본사를 방문해 여러 악기를 직접 테스트했다./사진제공=코스모스악기


질 높은 소리를 위해 공연장도 악기 구매에 공을 들인다. 연주용 피아노는 대부분 세계적인 피아노 제조업체 스타인웨이에서 들여오는데 이때 전문 연주자를 스타인웨이 독일 본사에 보내 직접 테스트하는 경우가 많다. 세종문화회관과 LG아트센터가 각각 1978년과 2000년 개관 당시 구매한 피아노는 백건우가 독일에서 직접 골랐다. 롯데콘서트홀은 6대 중 연주용 4대를 손열음이, 예술의전당은 10대 중 2대를 신수정·이진상이 독일에 가 선택했다.

최고의 무대를 선보인 쉬프와 페라이어에 이어 11월과 12월 에마르와 랑랑이 아름다운 선율의 세계로 관객을 초대한다. 감동의 공연과 함께 건반 하나하나에 담긴 누군가의 고민과 땀방울도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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