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 난동 사건에 휘말린 대한항공이 재발 방지를 위해 기내 폭력이나 음주 등으로 난동을 피운 승객에 대해 탑승을 거절한다. 승객의 불법행위가 발생하면 승무원들이 전기충격기(테이저건)를 적극 사용토록 내부 절차를 바꾸고, 남자 승무원 채용을 늘리는 등 승객 안전 강화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27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객실훈련센터에서 ‘항공기 내 안전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은 “기내 폭력 전력이 있거나 폭력 전과자, 과도한 음주로 난동을 부린 승객은 탑승을 거절할 것”이라며 “어느 정도 행위를 탑승 거부 대상에 포함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자체적으로 기내에서 문제를 일으킨 승객들에 대해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제작해 참고 자료로 활용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관련 조치를 더욱 강화해 탑승 자체를 막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지난 20일 베트남 하노이를 출발, 인천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프레스티지석에서 만취해 옆 승객과 승무원에게 폭력을 행사한 임범준씨에 대해 이달 29일 예약분과 1월 예약분 등에 대해 탑승 거부 고지문을 발송했다. 대한항공이 고객에게 탑승 거절을 통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자승무원 채용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 사장은 “승무원은 남녀 구분 없이 기내난동 제압 훈련을 하지만 아무래도 여승무원 많아 완력을 행사하는 승객을 제압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현재 대한항공의 남자 승무원은 약 700명으로 전체 10% 수준이다. 항공기 규모 등에 따라 남자 승무원이 탑승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더 채용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기내난동 발생 시 신속하고 효과적인 진압을 위해 테이저건 사용 조건·절차와 장비를 개선하기로 했다. 테이저건의 사용 조건과 절차도 개선한다. ‘승객이나 승무원의 생명 또는 신체의 긴급한 위험이 있거나 항공기 비행 안전 유지가 위태로운 경우’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난동 승객에게 1차 경고 후 스턴건(전기충격기) 상태로 제압을 시도하고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테이저건을 사용한다. 개선된 포승줄도 도입한다. 기존의 포승줄은 직접 매듭을 묶어야 해 난동 승객 제압에 있어 어려움이 있었다. 테이프나 필요시 수갑. 난동 승객 효율적 제어할 수 있는 장비 등을 관계 기관과 협의한다.
새로운 포승줄은 올가미 형태의 줄을 씌워 잡아당기면 자동으로 조여진다. 전 승무원을 대상으로 현장 대처 능력을 키우기 위한 항공보안훈련도 실습 위주로 강화하기로 했다.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은 “기내 난동 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어 강력한 조치를 마련했다”며 “기내 안전문화가 정착되도록 법적인 보완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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