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29일 오후 국회에서 전국위원회를 열고 인명진 목사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공식 추대했다. 인 비대위원장은 이날 추대 수락연설에서 “새누리당이 죽어야 보수가 산다”며 “보수가 바로 서야 대한민국이 새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분당 상황까지 맞이한 정통 보수가 다시 국민적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을 하지 않으면 가망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새로운 정치의 혁명을 시작해야 한다”고도 했다.
인 비대위원장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첫 개혁작업으로 당내 친박 핵심에 대한 인적 청산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 비대위원장은 이날 인적 청산 청사진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인적 청산에 관심이 많이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에는 “인적 청산이야말로 새누리당 개혁의 중요한 본질”이라고까지 했다.
인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서도 “새누리당 소속 당원인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을 당했다”며 “당 소속 국회의원이 여기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아무도 말할 수가 없다”며 어떤 식이든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 국회의원이라고 배지를 달고 다니는 게 마땅한가”라며 국회의원 배지 반납을 요청했다.
인 비대위원장은 우선 ‘친박 8적’ 가운데 가장 핵심인 서청원 의원의 출당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박계 비상시국위원회는 이정현 전 대표와 조원진·이장우 최고위원, 서청원·최경환·홍문종·윤상현·김진태 의원 등 8명의 친박계 핵심 의원들에 대해 ‘친박 8적’이라며 2선 후퇴 등을 주장해왔다. 서청원 의원은 남경필 경기지사가 탈당할 때 정계 은퇴를 요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인적 청산은 출당 등을 의미하는 것인데 친박 핵심들이 가만히 당하고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당내 갈등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익명을 원한 한 새누리당 의원은 “청와대서도 인 비대위원장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청와대의 상황 인식이 아직 이 정도라는 게 놀랄 정도”라고 말해 인적 청산이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더구나 이날 전국위에 앞서 일부 당원들이 국회 앞에서 ‘인명진 비대위원장 반대’ 구호를 외치는 등 벌써부터 내홍 조짐도 보이고 있다.
비대위원 인선을 놓고도 갈등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인 비대위원장은 “외부에서 명망가 몇 명 영입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할지 몰라도 전혀 다른 접근으로 비대위를 구성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일부에서는 인물난을 겪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에 인 비대위원장은 “부자가 망해도 3년 간다고 했는데 설마 집권여당 새누리당이 비대위원 11명 가운데 당연직 빼고 나면 9명을 못 모을 거라는 생각은 말라”고 일축했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당내 구성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귀국과 함께 탈당을 저울질하며 눈치 보는 그룹과 자기반성을 하지 않고 있는 친박그룹, 두 그룹만 당내에 존재하는 게 아니냐”며 “당내 갈등이 전혀 없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인 비대위원장은 소속 의원들에 대한 군기 잡기에도 나섰다. 그는 “언론으로부터 질타를 받고 국민들이 눈살 찌푸리는 그런 일들이 지금까지 많이 있었다. 어제까지는 용서가 되지만 앞으로 다시 이런 행태를 보이면 용서하지 않고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인 비대위원장은 개혁신당에 대한 경쟁을 의식한 듯 “새누리당이 민생 챙기는 개혁입법에 그 어떤 당보다 앞장서서 주도적으로 나서달라는 말씀을 드린다”며 민생개혁법안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을 예고하기도 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선후보를 자체적으로 내거나 외부에서 영입하는 것도 인 비대위원장의 주요 역할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홍길기자 wha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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