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국 당국에 체포된 샤오젠화 중국 밍톈그룹 회장이 중국 정치·언론 분야에서 심상치 않은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베일에 싸인 재산증식 과정 때문에 ‘신비의 거부’로 불리는 샤오 회장이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와 관련이 있는 거물들이 잇따라 수사 대상에 오르거나 낙마하고 있는 것이다.
샤오 회장은 재산축적 과정에서 중국 지도부의 여러 고위인사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중국 공산당 지도부 인사가 예정된 올가을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정치권의 복잡한 파벌 다툼이 수면 위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국 차이신망은 13일 중국 금융시장 주요 매체 가운데 하나인 증권일보의 셰전장 사장이 최근 기율 위반 혐의로 사장직에서 면직되고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차이신망은 증권일보 지분이 여러 투자기관에 분산돼 있지만 실소유주는 샤오 회장이며 이번 셰 사장의 낙마가 샤오 회장 조사와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중국 안팎의 매체들은 샤오 회장이 지난달 27일 홍콩에서 체포된 과정과 이번 수사 배경에 대해 갖가지 분석을 내놓으며 샤오 회장 수사가 향후 중국 정치 지도부 인사는 물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임 구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장 샤오 회장에 대한 수사 이후 1주일여 만에 마젠 전 국가안전부 부부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데 이어 셰 사장도 전격 면직 처리된 점을 심상치 않게 바라보는 분위기다. 차관급 신분이었던 마 전 부부장에 대한 수사는 안보 분야 관리로는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 이후 최고위급이라는 점에서 향후 대대적인 지도부 사정 도미노를 예고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샤오 회장 조사가 19차 공산당대회를 앞두고 시진핑과 그 친척, 가까운 재벌을 대상으로 한 폭로를 방지하는 동시에 시 주석의 정적들을 제거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샤오 회장이 60억달러(6조9,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권력의 비호를 받았을 가능성이 큰 가운데 시 주석이 자신의 측근을 지키고 반대파를 제거하기 위해 그의 신병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일부 매체는 샤오 회장의 밍톈그룹이 시 주석의 누나 치차오차오와 남편 덩자구이는 물론 장쩌민 전 국가주석과 류윈산 정치국 상무위원, 장더장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등의 친척과 연루돼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부패 혐의로 중국 당국의 수사 대상에 올라 해외로 도피했던 궈원구이 정취안홀딩스 회장은 최근 중화권 매체 밍징과의 인터뷰에서 샤오 회장을 비난하며 자신이 권력투쟁의 희생양이었으며 이번 사건은 정치권 파벌 싸움과 연관이 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샤오 회장이 장 전 국가주석의 정치 기반인 상하이방의 금고지기 역할을 했으며 2조위안에 달하는 자금을 홍콩에서 불법 세탁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이번 사건이 가을 당대회를 앞두고 정치권 판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샤오 회장은 수사 협조의 대가로 뇌물수수와 주가조작 등의 혐의에 대해 면제받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샤오 회장 수사는 시 주석 2기 체제가 출범할 제19차 공산당대회를 앞두고 권력투쟁이 본격화하는 때여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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